조희대, 불출석 의견서 '재탕'…박지원 "오만방자"(종합)

조희대 대법원장. 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오는 30일 국회에서 열릴 예정인 소위 '대선개입 의혹'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하면서 과거에 썼던 의견서를 그대로 '재탕'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문회를 추진하는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토록 성의 없는 의견서 뒤에 숨어 또 어떤 꿍꿍이를 감추고 있는지 의심스럽기 짝이 없다"는 비난이 28일 나왔다.

"5월 의견서와 복붙"

정치권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측에 불출석 의견서를 제출한 건 지난 26일.

조 대법원장은 의견서에 "사법의 독립을 보장한 헌법, 대법원 합의 과정의 비공개를 정한 법원조직법, 재판에 관한 국정조사 한계를 정한 국회법 등의 규정과 취지에 반한다"고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야 하는 저로서는 청문회에 출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말씀 드린다"고 썼다고 한다.

이는 조 대법원장이 지난 5월 14일 법사위가 비슷한 취지로 열었던 청문회에 출석할 수 없다며 냈던 의견서 내용과 완전히 동일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청문회 중 읽어내린 조 대법원장 입장문의 내용이 이번에 제출한 불출석 의견서와 똑같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은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에 제출한 불출석 의견서는 지난 5월 의견서와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복사·붙여넣기' 문서"라고 밝혔다.

이들은 조 대법원장을 향해 "더 이상 복붙한 불출석 의견서 뒤에 숨지 말고 청문회에 출석하시라"며 "그리고 국민 앞에 그날(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유죄 취지 파기환송 과정)의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히시라"고 강조했다.

사유서 대신 의견서?

아울러 이들은 "사법부 최고 수장이 법률이 정한 사유서가 아닌 의견서를 제출한 것은 자신을 법 위에 둔 행위이며, 국민의 대표인 입법부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조차 저버린 오만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국회증언감정법상 출석 의무가 있을 때는 불출석 '의견서'가 아니라 불출석 '사유서'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기자회견 뒤 취재진에게 "불출석 사유서를 내도 옳지 않은 일인데 의견서라고 하는 건 오만방자한 것"이라며 "의견서는 필요 없고 대법원장 얼굴을 법사위에서 보고 싶다"고 말했다.

민주당 법사위, 조희대 대법원장 출석 촉구 기자회견. 연합뉴스

같은 당 서영교 의원은 "국회에 나오지 않는다면 그 해괴망측한 불출석 사유서는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 의원은 또 "조희대 대법원장은 윤석열의 친구였고 윤석열의 추천을 받아 대법원장이 됐다. 아직도 윤석열이 대통령인 줄 알고 있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다만 조 대법원장과 윤 전 대통령의 친분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민주당 일각에서 그런 주장이 나왔지만, 두 사람의 '중재자'라는 설이 돌았던 윤석열 '대학 동기' 서석호 변호사도 법사위 청문회에서 "조 대법원장은 만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전현희 최고위원도 별도 기자간담회에서 "청문회는 조 대법원장을 압박하기 위한 청문회가 아니다. 사법부 수장으로서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의 사법부로 거듭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사법개혁을 촉발한 건 다름 아닌 조 대법원장이다. 조 대법원장은 국민 앞에서 진솔하게 사법부의 그간 국민적 의혹을 발생시킨 사태에 대해 사과하라"며 "마지막 기회라는 걸 명심하고 청문회에 출석할 것을 다시 한번 요청한다"고 했다.

앞서 법사위는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오는 30일 오전 10시 청문회를 열기로 의결하고, 조 대법원장과 대법관 4명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대법원이 지난 대선 직전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뒤 민주당은 이를 대선 개입으로 규정하고 비판의 목소리를 키워 왔다.

특히 조 대법원장이 한덕수 국무총리 등과 회동에서 '이재명 사건은 대법원에 올라오면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는 의혹이 일각에서 제기되면서 당내 논란이 점화됐다.

이에 조 대법원장은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한 전 총리와는 물론이고 외부의 누구와도 논의한 바가 전혀 없다"고 반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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