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경주 APEC 정상회의'를 한 달가량 앞두고 정상회의 만찬장이 급하게 변경되며 세계 정상들에게 우리 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다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경상북도는 현재 짓고 있는 만찬장을 미·중 정상회담 등 주요 외교 무대의 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서 결과가 주목된다.
외교부와 경북도는 지난 19일 APEC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제9차 회의를 열고 APEC 정상회의 만찬장을 국립경주박물관 중앙마당 신축 건물에서 경주 라한호텔 대연회장으로 변경했다고 발표했다.
APEC 준비위는 보도자료 등을 통해 공식 만찬에 더 많은 인사를 초청하기 위해 장소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쉬움은 커지고 있다. 신축 건물은 세계 정상들에게 한국의 미(美)를 알리기 위해 석조계단과 처마 등 전통적 요소를 가미해 80억원을 들여 건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타음행사를 진행한 성덕대왕신종을 비롯해 역사상 최초로 신라금관 6점이 한 자리에 모이는 '신라금관특별전'을 통해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세계에 알리려던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에 경북도는 외교부와 긴밀히 협의하며 국립경주박물관 중정을 APEC 기간 중 각국 정상 간 양자회담 등 핵심 외교 행사 무대로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미·중 정상회담이 경주박물관에서 성사되기를 강력히 원하고 있다.
초강대국인 양국 간 갈등이 심각한 상황에서 6년 만에 미·중 정상이 경주에서 만난다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신라 천년의 역사와 문화적 상징성을 국제 무대에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미·중 뿐만 아니라 한·미, 한·중, 한·일 등 여러 회원국 정상 간의 양자회담이 박물관에서 수시로 열릴 경우 신라 천년의 역사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을 것으로 경북도는 기대하고 있다.
양금희 경북도 경제부지사는 최근 열린 정책 토론회에서 "80억 원을 들여 마련한 경주박물관 중정은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라 세계가 주목하는 경제·외교의 장으로 활용해 대한민국이 초일류 국가로 도약하는 계기를 만드는 무대로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정부 역시 경북도의 제안에 공감하며 경주박물관 중정을 다양한 공식·부대 행사 장소로 활용할 방침이다.
외교부는 CEO 서밋(summit)과 연계한 세션과 방산·조선 등 주요 산업을 논의하는 퓨처-테크 포럼, 그리고 정상과 글로벌 기업 CEO 회담 등을 경주박물관에서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26일 경주를 찾아 만찬장 변경과 관련해 "아쉬움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플러스의 효과를 갖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가지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배의 노력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의지 속에 경북도는 정상회의 성공 개최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도는 이철우 지사의 지시에 따라 1천개 항목의 세부 체크리스트를 마련해 현장 점검에 들어갔으며, 숙박·수송·의료·안전 등 모든 분야를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큰 행사일수록 변수도 많지만, 흔들리지 않고 최선을 다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경북도는 APEC 정상회의를 통해 지역의 위상을 높이고, 세계와 소통하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