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업무시스템 마비 사태를 일으킨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는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 리튬이온배터리와 서버를 분리하는 작업을 하다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국정자원에 따르면 국정자원 5층 전산실 내에 있는 '무정전 전원장치(UPS)'용 리튬이온배터리 전원을 작업자가 끄고 약 40분 지난 전날 오후 8시 20분쯤 알 수 없는 이유로 배터리에서 불꽃이 튀었다.
국정자원 전산실에는 리튬이온배터리와 서버가 함께 있었는데, 작업자는 배터리를 서버와 분리해 지하로 이전하기 위해 전원을 껐다고 한다.
국정자원은 카카오톡 먹통 사태를 불러온 2022년 경기도 성남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를 계기로, 예산을 확보해 단계적으로 배터리를 지하로 내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국정자원은 전산실 내 배터리팩 384개를 6개 조로 나눠 옮기기로 하고 우선 1개 조를 지하로 이전 완료한 상황이었다.
화재 당일은 2번째 조에 대한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국정자원 관계자는 "전산실 내에 UPS용 배터리가 같이 있어 혹시 배터리 불이 나면 전산 장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단계적으로 분리하고 있었다"며 "그 작업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전원을 차단하고 케이블을 단자 내에서 푸는 과정에서 갑자기 불꽃이 튀었다"고 전했다.
당시 현장에는 국정자원이 작업을 맡긴 도급사 직원과 감리단, 전문 제조 장비 업체 관계자들도 있었다고 한다. 불이 나면서 배터리 전원 차단 작업을 하던 도급사 직원 1명이 얼굴과 팔에 1도 화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은 9시 50분 만인 이날 오전 6시 30분쯤 초진하고, 현재 6시간 넘게 연기를 빼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화재로 정부 업무시스템 647개가 가동이 중단된 상황이다.
소방당국은 리튬이온배터리 열폭주(배터리가 손상돼 양극과 음극이 직접 닿으면서 짧은 시간 안에 온도가 최대 섭씨 1천도까지 오르는 현상)가 계속되면서 진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창이 없는 구조로 열기와 연기를 배출하지 못하면서 한때 내부 온도가 '160도'까지 치솟기도 했다. 전산실에 쌓여있던 리튬이온배터리 팩 384개는 모두 소실됐다.
소방당국은 연기와 열을 외부로 배출하고, 내부 배터리팩을 물에 담가 반출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