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돈 28억 원이 투입된 정부 차원의 제주4·3추가진상조사 사전심의가 우여곡절 끝에 재개됐다. 3년 6개월의 조사기간이 끝난 뒤 3개월 만에 조사결과에 대한 보고가 이뤄졌다. 하지만 '밀실조사' 논란에 이어 조사가 부실하고 결과보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우여곡절 끝에 추가진상조사 결과보고
행정안전부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 4·3사건처리과는 26일 오후 2시30분부터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교육센터에서 국무총리 산하 4·3중앙위 추가진상조사 제8차 분과위원회의를 열었다. 이날 사전심의 회의는 이전 회의와 다르게 언론사 요청에 따라 고관용 위원장이 공개로 진행했다.
회의 안건은 공정성 시비 논란이 인 일부 분과위원에 대한 법령해석 자문·검토 결과와 4·3추가진상조사 결과 보고, 전문가 자문기구인 '검토위원회' 운영계획 등 모두 3가지 사안이다.
지난 7월 열린 회의에서는 조사결과에 대한 사전심의는 이뤄지지 못했다. 조사를 맡은 4·3평화재단이 조사결과에 대한 보고를 약속한 일정에 맞춰서 하지 않은 채 보고서 안을 정부에 제출해 절차적 하자 논란이 불거져서다. 아울러 일부 분과위원의 공정성 시비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양정심 4·3평화재단 조사연구실장이 2022년부터 올해 6월까지 진행한 △지역별 피해실태 조사 △행방불명 피해실태 조사 △미국의 역할 조사 △군경 토벌대와 무장대 활동 조사 △재일제주인 피해실태 조사 △연좌제 피해실태 조사 등 6개 항목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추가진상조사 충실히 이뤄졌는지 의문"
30분 가까이 조사결과 보고 내용을 듣고 난 뒤 분과위원들은 "4·3추가진상조사가 충실하게 이뤄졌는지 의문이고, 조사결과 보고도 안건별로 간략하게만 이뤄졌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분과위원인 김동만 제주한라대 교수가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피해 조사 내용 반영됐는지' '미국 책임을 입증할 문건을 조사했는지' '4·3의 성격과 평가를 위해 군경 토벌대와 무장대, 서북청년 활동에 대한 조사 내용은 왜 빠졌는지' 등 조목조목 질문하자, 양 실장은 "못했다"고 답변했다.
김 교수는 "개인보고서가 아니다. 추가진상조사라는 엄중하고 무게 있는 조사다. 자료만 봐도 조사가 충실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조사기간 내 결과보고가 이뤄졌다면 조치를 취할 수 있는데 (이미 조사기간이 끝났다.) 이 책임은 4·3평화재단에 있다. 이래서 절차가 중요한 거다"라고 했다.
"추가진상조사 결과 보고를 위한 자료도 이렇게 만드나. 최소한 6개 조사 항목에 대해서 자료 목록과 내용이 첨부된 소책자 형태로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느냐. 그리고 조사 항목별로 재단 스스로 조사를 하지 못한 부분을 남겨야 보고서가 나오더라도 나중에 할 거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고관용 위원장도 "보고서 초안 결과 부분만 봤을 때 조사 항목별로 간략하게 몇 줄로 돼있다. 서로 내용이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14일 예정된 제9차 회의에서 조사가 미진한 부분에 대한 평가와 보다 상세한 자료 등을 토대로 다시 사전심의하기로 했다.
전문가 자문기구 '검토위원' 7명 구성
이날 회의에서는 전문가 자문기구인 '검토위원회' 운영계획 보고도 이뤄졌다. 재단 측에선 분과위원회의 요구에 따라 도내·외 석학과 4·3전문가 등 7명으로 구성된 검토위원회를 꾸렸다.
김종민 4·3평화재단 이사장은 "최근 검토위원회 1차 회의를 했다. 한국 현대사 최고 전문가로 꾸려졌다. 검토위원들이 '김 이사장이 추가진상조사를 관리 감독하는 게 아니라 집필자로 나서 달라'고 해서, 논문 심사받는 대학원생 심정으로 문장, 표현 하나 신경쓰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분과위원인 양윤경 전 4·3유족회장이 "지난 회의에서 검토위 구성할 때 유족회와 4·3연구소 등 관련기관 추천을 받기로 했는데 했느냐"고 묻자, 김 이사장은 "공식적으로 의뢰하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다만 앞으로 필요하다면 검토위원이 추가로 합류할 수 있다고 김 이사장은 강조했다.
이밖에 분과위원들은 앞으로 검토위원들에게 전폭적인 권한을 주고 올해 말까지는 검토를 마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김 이사장은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답변했다.
4·3추가진상조사는 2021년 3월 전부 개정된 4·3특별법에 따라 이뤄졌다. 2003년 확정된 정부 4·3보고서에서 다루지 못한 내용과 새롭게 발굴된 자료로 재조사가 필요해서다. 보고서 내용이 결정되면 4·3중앙위원회에서 심의 의결하고, 국회 보고까지 이뤄지면 정부 보고서로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