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미 관세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대미 투자 패키지와 통화스와프를 둘러싼 기싸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협상이 장기화하면서 대통령 지지율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정치부 허지원 기자와 함께 핵심 쟁점과 향후 전망 짚어보겠습니다. 허 기자.
[기자]
네, 대통령실입니다.
[앵커]
이재명 대통령이 3박 5일 방미 일정을 마무리했는데, 관세 협상에서는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고요?
[기자]
네 당초 이 대통령은 유엔총회 참석과 한국에 대한 글로벌 투자 유치에 방점을 두고 방미길에 올랐는데요.
교착 상태에 빠진 미국 관세 협상 타개책을 마련하기 위해 직접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만나 논의를 진행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펀드 조성방식을 두고는 양국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대출·보증 중심의 집행 방식을 주장하는 반면, 미국은 현금 투자 비중 확대를 요구하고 있어 접점을 찾지 못한 겁니다.
[앵커]
미국 쪽에서 더 강한 압박을 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죠?
[기자]
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의 대미 투자금을 모두 '선불금'이라고 표현했는데요. 사실상 관세 인하를 원한다면 돈부터 내라는 압박으로 해석됩니다.
또 월스트리트저널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한국에 투자 금액 증액을 요구했다고 전했는데요. 일본이 5500억 달러를 약속한 만큼, 한국도 그 수준에 가깝게 올리라는 주장으로, 일본과 동일 조건을 요구하는 셈입니다.
관련해 대통령실은 "다른 나라 정상의 발언에 말을 보태는 건 적절치 않고 대한민국은 국익을 최우선으로 대미 관세협상에 임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아직은 대미 투자 금액을 언급할 단계가 아니"라고 말을 아꼈습니다.
[앵커]
여기에 통화스와프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고요?
[기자]
맞습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현지 브리핑에서 "무제한 통화스와프는 필요조건"이라고 강조했고, 이 대통령이 베선트 재무장관과 만나 요청한 점도 통화스와프 체결입니다.
대규모 현금 투자가 이뤄질 경우 외환시장 충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안전판이 필요하다는 건데요. 아직까지 미국은 부정적인 입장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통화스와프 없이 실제 경제적 위험은 얼마나 큰 겁니까?
[기자]
현재 우리 외환보유액은 약 4163억 달러 수준인데요. 만약 단기간에 3500억 달러를 현금으로 조달해 미국에 보내면, 원·달러 환율 급등 같은 시장 불안이 현실화될 수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우리나라는 일본과 경제 구조가 다르다며 '금융위기 재현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앵커]
미국 내에서도 입장 차이가 있다는 얘기도 들리던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러트닉 상무장관 등 강경파는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평이 있는 반면, 재무라인에서는 한국의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온건파 기류도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 대통령과 만난 베선트 재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한국은 미국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내부적으로 충분히 논의하겠다"고 긍정적으로 화답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실 내부적으로는 한미 정상간 신뢰가 쌓여있다는 점이 계속 확인되고 있다며, 입장 차가 극에 달할수록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게 아니겠냐는 희망 섞인 분석도 내놓고 있습니다.
[앵커]
이번 협상 교착이 국내 정치에도 영향을 주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23일부터 사흘간 진행된 갤럽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55%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전주보다 5%포인트 떨어진 수치인데요.
긍정 평가 이유 1위가 '외교'였지만, 부정 평가에서도 '외교'가 가장 많았습니다. 즉, 관세 협상 난항이 지지율 하락에 직결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앞으로 협상 전망은 어떻게 보입니까?
[기자]
정부는 다음 달 열리는 경주 APEC 정상회의를 분수령으로 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방한 가능성도 거론되는 만큼, 정상회담에서의 빅딜 여부가 주목됩니다.
다만 대통령실은 "국익과 상업적 합리성을 원칙으로, 시한 때문에 원칙을 희생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정치부 허지원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