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0년간 돌보던 장애 아들을 방치해 숨지게 한 아버지에게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대구지방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이영철)는 유기치사,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56)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5년간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고 28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년간 중증 자폐증이 있는 아들 B(22)씨를 홀로 보살펴왔다.
약물을 복용해도 B씨의 증세가 완화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 A씨는 2020년 7월부터 아들의 약물 복용을 중단했고 2022년 5월부터는 병원에 발길을 끊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초 B씨의 머리에서 지주막하출혈, 팔과 다리에서 피하출혈, 갈비뼈에 다발설 골절 등이 발생했고 B씨의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B씨는 움직이거나 밥을 먹지 못했고 누운 채 대소변을 봤다. 그럼에도 A씨는 아들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고 결국 B씨는 약 10일 만에 사망했다.
A씨는 이전에도 B씨가 식사를 거부하거나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 적이 있었기에 사망 직전 B씨가 심각한 상태였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즉 피고인에게 유기의 고의가 없었고 피해자가 사망할 것이란 예견을 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숨진 B씨의 부검 결과 일상생활이 어려웠을 정도로 건강이 안 좋은 상태였던 점, 피고인의 진술과 당시의 정황 등으로 보아 B씨가 평소와 달리 더 심각한 이상증세를 보였다는 사실을 A씨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근거로 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아버지로서 피해자를 보호할 법률상 의무가 있는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병원 치료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함으로써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기치사 범행의 경위와 내용, 결과에다가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점까지 고려하면 죄책이 매우 무겁다. 그러나 피고인은 피해자의 아버지로서 아들의 죽음을 적극적으로 의욕한 것은 아니라고 보이고 피고인도 약 20년간 실질적으로 홀로 보살펴온 아들을 잃고 자책감과 괴로움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이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7명의 배심원들 모두 만장일치로 유죄로 평결했고 그 중 4명의 배심원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3명이 실형을 양형 의견으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