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는 '감귤 성지' 제주에서도 감귤 맛이 좋기로 유명한 마을이다.
2012년 당시 신례리 김공률 이장은 일정 규격보다 작거나 커서 감귤 유통 시장에서 대량으로 격리되는 '규격 외 비상품 감귤' 활용 방안을 고민했다.
김공률 이장이 찾아낸 해법은 술이었다. 이듬해인 2013년 2월 김공률 이장은 뜻을 같이한 신례리 140여 감귤 농가와 함께 농업회사법인 '시트러스'를 설립하고 대표를 맡았다. 시트러스는 감귤과 오렌지, 레몬 등 감귤류 과일의 총칭이다.
중앙 및 지방 정부도 신례리 감귤 농가들이 '혼디'(함께, 같이를 뜻하는 제주 방언) 만든 마을 공동 기업 시트러스 지원에 나섰다. 시트러스는 '향토산업육성사업'(서귀포감귤주명품화사업)에 선정돼 30억 원(국비 15억 원, 도비 11억 원, 자부담 4억 원)의 재정 지원을 받아 2014년 12월 양조장 등 공장을 구축했다.
농촌진흥청의 감귤주 제조 방법 국유 특허까지 이전받은 시트러스는 의욕적으로 제품 개발에 나섰으나 양조 경험이 전혀 없었던 탓에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대표적 주류 제조 업체 진로에서 '참나무통 맑은소주'와 '일품 진로' 등 히트작 개발을 이끌었던 증류주 전문가 이용익 공장장의 합류는 시트러스에 천군만마가 됐다.
드디어 2015년 9월에 시트러스의 첫 작품인 감귤 발효 와인 '혼디주'가 출시됐다. 마을 공동 기업 설립에 함께한 신례리 140여 농가의 마음을 첫 제품 이름에 담았다. 그 이듬해인 2016년 9월에는 감귤 발효주를 참나무통에서 숙성한 프리미엄 감귤 증류주 '신례명주'가 탄생했다.
본궤도에 올라선 제품 개발 및 생산과 달리 경영은 녹록지 않았다. 매년 적자가 반복되자 시트러스 설립을 주도한 김공률 대표는 무거운 책임감에 자신의 감귤밭을 처분하고 대출을 일으키며 운영 자금을 마련해야 했다.
2019년은 시트러스에 기념비적인 해가 됐다. 시트러스 제품의 우수한 품질이 제주 관광객 입소문을 타고 널리 번지면서 육지로까지 판로가 확대되면서 매출이 크게 늘어 회사 설립 이후 첫 흑자를 기록한 것이다.
이후 경영 역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 갔고, 현재 시트러스는 월 20만 병의 술을 생산할 수 있는 대규모 설비를 갖춘 어엿한 주류 제조 업체로 성장했다. 이런 가운데 시트러스 제품 평판은 나라 안팎에서 높아지고 있다.
2021년 혼디주와 신례명주 등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술품질인증'을 받았다. 2023년에는 세계적인 식품 품평회인 벨기에 '몽드 셀렉션'에서 신례명주가 금상을, 증류식 프리미엄 소주인 '미상25'가 은상을 받았다.
김공률 대표와 이용익 공장장 그리고 신례리 감귤 농가들은 이제 다시 혼디 꿈을 꾸고 있다. 프랑스 코냑 지방 포도 농가들의 땀과 열정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브랜디를 만들어 냈듯 신례명주 등 시트러스 감귤 증류주를 세계적 명주 반열에 올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