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이 2007년 대선 당시 리비아로부터 거액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프랑스 5공화국 역사상 전직 대통령이 구치소에 수감되는 것은 처음이다.
25일(현지시간) 르몽드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파리 형사법원은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리비아 뒷돈' 혐의 재판에서 핵심 혐의인 불법 자금 수수는 무죄로 판단했지만, 측근과 지지자들이 리비아 당국에 접근해 대선 자금을 조달하도록 방치한 '범죄 공모'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법원은 "2006년 리비아에서 프랑스로 자금이 유입된 사실은 있다"고 밝히면서도, 해당 자금이 사르코지 캠프 선거운동에 직접 사용됐다는 증거는 불충분하다고 했다.
법원은 이어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행위가 시민의 신뢰를 훼손한 중대 범죄"라며 징역 5년과 벌금 10만 유로(약 1억6천만원), 5년간 피선거권 박탈을 선고했다. 다만 구금 영장은 추후 집행하기로 해 검찰이 향후 한 달 내 수감 일자를 통보할 전망이다.
함께 기소된 피고인 12명 중 7명도 징역 1년6개월~6년의 형을 선고받았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2005년 무아마르 카다피(2011년 사망)와 '부패 협약'을 맺고, 리비아 정권이 5천만 유로(약 700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지원하는 대가로 산업·외교적 혜택을 약속한 혐의로 기소됐다. 해당 의혹은 2012년 탐사보도 매체 메디아파르가 리비아 대외정보국장의 메모를 공개하며 불거졌다.
검찰은 이후 10년 가까이 수사를 진행했지만 돈의 최종 흐름에 대한 물증 확보는 어려웠다.
선고 직후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항소 의사를 밝혔다. 그는 "법치주의에 극히 중대한 사건으로 사법에 대한 신뢰가 훼손됐다"며 "내가 하지 않은 일에 대해 사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들이 내가 감옥에서 자길 원한다면 감옥에서 잘 것이다. 하지만 고개는 높이 들 것"이라며 "나를 증오하는 이들은 나를 모욕하려 하지만, 오늘 모욕당한 건 프랑스"라고 주장했다.
사르코지는 또 "나는 복수심도, 증오도 없지만 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완전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은 프랑스 정치사에서 전직 대통령의 도덕성과 사법책임을 둘러싼 중대한 선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