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2호기 운명의 날…'계속운전' 허가 여부에 촉각

원안위, 25일 고리2호기 계속운전 허가 여부 심의
환경단체 "중대사고 평가 누락…안전 담보 안 돼" 반발
허가 결정되면 2033년까지 수명 연장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송호재 기자

설계 수명 만료로 멈춰선 고리원전 2호기의 계속 운전 여부가 25일 결정된다. 고리 2호기를 포함한 전국의 10개 원전이 설계 수명이 만료됐거나 만료될 예정인 가운데, 이번 심의 결과는 향후 이재명 정부의 원전 정책 방향을 가늠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대회의실에서 회의를 열고 고리 2호기 사고관리계획서와 계속운전 허가 여부를 심의하고 있다.
 
원안위는 이날 오후 3시 기준 '고리 2호기 사고관리계획서 승인(안)'에 대한 심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마치는 대로 고리 2호기 계속운전 허가 여부를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는 오후 5시 30분까지로 예정돼 있다.
 
고리 2호기는 1983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시작한 685MWe급 가압경수로로, 2017년 영구 정지된 고리 1호기를 제외하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상업 원전이다. 40년간 가동된 뒤 지난 2023년 4월 설계수명 만료로 가동이 중단됐다.

이에 한수원은 2022년 4월 고리2호기의 설계수명 기간이 만료되기 전까지 진행해온 PSR 보고서를 제출했고 2023년 3월 계속운전에 필요한 운영 변경 허가를 신청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지난 7월까지 안전성 심사 등 절차를 마쳤다.
 
원안위가 이날 계속운전을 승인하면 고리 2호기는 2033년 4월까지 수명이 연장된다. 반면 계속운전 안건을 부결하면 고리 2호기는 사실상 영구 정지 수순에 들어간다. 만약 이번 회의에서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다음 달 예정된 국정감사 등으로 인해 이달 말까지 심사가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날 환경단체들은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았다"며 이날 원안위 앞에서 '고리 2호기 수명연장 심사 중단 촉구 종일 집회'를 벌였다.
 
탈핵시민행동과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5개 시민단체는 "고리 2호기는 심사 과정에서의 절차적 위법성과 안전성 검토 미비, 주민 의견 반영 부족 등 중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지적돼 왔다"며 "특히 사고관리계획서 미심사와 중대사고 평가 누락에도 심의를 강행하는 건 원안위가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외쳤다.
 
이들은 "수명 연장이 강행된다면 전국 노후 핵발전들의 수명 연장 결정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국민의 안전을 강조했던 대통령이 노후 핵발전소 연장에 동의한다면 이는 결코 합리적이지도, 실용적이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이들 단체는 심의를 앞두고 일주일 간 시민들을 상대로 '고리 2호기 수명연장 심사 중단 요구 서명 운동'을 벌여 5500여 명의 시민 서명을 받아 대통령실에 전달하기도 했다.

25일 서울 중구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고리 2호기 수명연장 심사 중단 촉구 종일 집회를 열었다. 탈핵시민행동 제공
 
실제로 이번 심의에서 계속운전 허가가 결정된다면 한수원이 설계 수명이 만료됐거나 만료를 앞두고 있는 9기 원전 심사에도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허가가 선례가 돼 향후 계속운전 심사 과정에서 기준점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에서는 고리 3·4호기도 설계 수명이 만료돼 계속운전 절차를 밟고 있으며, 이번 심사에서 고리 2호기의 계속 운전이 결정되면 내년 안에 허가 심사가 마무리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나아가 이번 심의는 이재명 정부의 원전 정책 방향을 드러내는 첫 시험대로 받아들여진다.
 
지난 10년간 원전 업계는 정권에 따라 '탈원전-원전 확대'라는 정반대 기조를 오갔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고리 1호기 영구 정지와 신규 원전 백지화가 추진된 반면,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친원전 기조 아래 원전 정상화와 수출 산업화가 강조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안전성이 담보되면 가동 기간이 지난 원전도 연장해서 쓸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신규 원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기존 원전 활용에는 현실적인 선택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온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첫 계속운전 허가가 이뤄질 경우 정부의 원전 정책 기조가 보다 명확히 드러날 전망이라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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