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스 안줬다고 환불하고 자체 폐기"…'배달 진상'에 속타는 자영업자들

"제공되지 않는 머스타드 소스 없다고 환불"
'배달 지연 취소 제도' 악용한 방법도 공유
"일방적인 자영업주 희생" "제도 개선해야"

연합뉴스

배달 어플을 이용하는 자영업자들이 고객의 불평만 듣는 일방적인 환불 정책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소비자가 환불을 요청하면 음식에 큰 문제가 없음에도 배달 어플의 고객센터가 업주의 동의 없이 요청을 받아들이는 구조를 악용하는 사례가 많아지는 탓이다. 최근 '배달 진상'사연이 잇따라 공개되며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배달 어플이 '진상 소비자 양성소'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치킨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손님이 "머스타드 소스가 없다"는 이유로 주문 취소를 요청한 것이다. 해당 소스가 애초에 제공되지 않는 메뉴였지만 배달 업체의 고객센터는 업주의 해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객센터는 주문 취소를 요청한 고객에게 쿠폰 제공이나 음식 재배달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했으며 소비자는 "자체 폐기"를 선언하며 집 앞으로 배달이 완료된 음식을 가져갔다. 업주는 돈을 받지 못했지만 음식은 그대로 고객의 차지가 됐다.

억울한 사례는 또 있다. 한 업주는 새벽 3시, 음식을 주문한 손님에게서 '배달 지연 취소'를 당했다. 배달 플랫폼은 가게의 평균 배달 시간과 교통 상황을 반영하여 주문 당시 고객에게 '25분 도착'을 안내했지만 실제 배달은 1분 58초 늦어진 27분 만에 도착했다. 조리와 배달을 합쳐 30분도 채 걸리지 않은 신속한 처리였지만, 고객은 음식을 배달 받은 직후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주문 취소를 요청했다. 음식은 소비자가 챙겨 갔지만 전액 환불 처리 되었다. 업주는 "환불은 환불대로 되고, 손님이 자체 폐기로 음식을 가져가면 손해는 고스란히 업주 몫"이라며 분노했다.

이처럼 음식에 문제가 없어도 소비자가 환불을 요청하면 꼼짝없이 업주가 손해를 떠안아야 하는 구조 때문에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배달거지 진상'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앱에서 책정한 배달 예정 시간보다 실제 도착은 10~15분 늦는 경우가 많으니 배달이 늦으면 고객센터에 전화해 환불도 받고, 음식을 공짜로 먹으라는 제도 악용 꿀팁이 공유되며 자영업자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업주들의 항의에도 고객센터를 통해 돌아오는 답은 "블랙컨슈머로 지정하겠다"는 정도에 그친다. 자영업자들은 "허락도 안 했는데 환불이 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항의해도 고객센터에서는 "절차상 어쩔 수 없다"는 답만 듣는다며 "날마다 이런 진상 손님들을 겪다 보니 장사를 접고 싶을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배달 진상'이 생겨나는 이유에 대해 자영업자들은 국내 주요 배달 어플리케이션의 '소비자 중심 환불 정책'을 지적한다. 음식 환불 여부의 최종 판단 주체가 가게 업주가 아닌 배달 플랫폼으로 바뀌며 고객이 매장과의 직접적인 소통 없이 간단히 환불을 받게 되는 것이 문제라는 설명이다.

자영업자들은 소비자의 주장만으로 환불이 가능한 배달 앱 회사의 환불 규정을 지적한다. 배달앱 B사가 제시한 '객관적 환불 사유'는 주문 내역과 상품 불일치, 주문 내역이 누락된, 포장 불량, 이물질 발견, 배달ㆍ조리 지연 등 여섯 가지이다. 배달앱 회사가 자사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일부 환불 금액을 부담해주기도 하지만 고객 환불에 대해 자영업자가 자신의 억울함을 입증할 수 없다면 환불 비용은 대부분 업주가 책임져야한다.

자영업자들은 제도적 불균형에 분통을 터뜨렸다. 옷이나 물품 택배는 구체적 피해 입증이 없는 반품 시 소비자가 배송비를 부담하지만, 음식 배달은 그런 최소한의 장치조차 없다는 것이다. 주문취소로 환불이 이루어지면 조리비ㆍ재료비ㆍ인건비까지 모든 손실을 업주가 떠안아야 하고, 소비자가 음식 회수를 거절하면 사실상 식당 자영업자의 '무료 식사 제공' 구조로 이어진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플랫폼이 고객만 바라보는 정책을 고집한다면, 소상공인들의 피해는 점점 누적되어 불어날 것"이라며 제도 개선을 호소했다. 배달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소비자 보호' 명목으로 시작된 환불 정책이 이제는 '업주 희생'을 전제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네티즌들도 "이게 다 배달 어플이 만든 참사"라며 플랫폼 책임론을 제기한다. "콜센터 상담사들은 친절하게 고객편만 드는 것 같다", "배달 진상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은데 나라에서 온라인 배달 환불 정책을 명확히 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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