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해병 특검팀이 2023년 8월쯤 김장환 목사(극동방송 이사장)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직접 만난 정황을 포착해 수사 중이다. 특검팀은 2023년 7월 31일 윤 전 대통령의 '격노'가 있었던 회의 전후로 김 목사가 주요 공직자들과 지속해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정민영 특검보는 25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러한 수사 상황을 공개하며 '불법 표적 수사'를 주장하는 김 목사 측 입장을 반박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격노 회의' 이후 국방부가 채상병 사건을 재검토하던 시기인 같은 해 8월쯤 김 목사가 윤 전 대통령을 직접 만난 것은 물론,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과 통화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한다.
특검팀은 이를 김 목사가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에 관여한 정황으로 보고 구체적인 경위를 확인하는 중이다.
앞서 김 목사 측근인 한기붕 전 극동방송 사장은 전날 특검팀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고발했다. 이들은 김 목사가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에 관여한 적 없으며, 특검이 김 목사의 통화 내역과 한 전 사장의 증거 인멸 정황을 언론에 흘려 김 목사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정 특검보는 "특검은 김 목사의 통신 내역을 외부에 유출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다"며 "특정인 통신 내역이 언론에 보도돼 유감을 표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비방을 멈추고 출석해 진실 규명에 협조해달라"고 밝혔다.
특검팀은 한 전 사장의 증거 인멸 정황도 포착해 수사 중이다. 특검팀에 따르면 한 전 사장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한 결과 자동 통화 녹음 기능으로 1만9천여개 녹음 파일이 저장됐는데, 채상병 사건이 발생한 2023년 7월 19일부터 지난해 8월 30일까지의 기록은 13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한 전 사장과 임 전 사단장이 주고받은 메시지는 자동 삭제되도록 설정돼 있었으며, 한 전 사장이 임 전 사단장 배우자에게 보낸 메시지 중 일부가 삭제되기도 했다고 특검팀은 밝혔다.
정 특검보는 "일부 언론이 한 전 사장이 극동방송 사무실에서 직원에게 증거인멸 지시를 한 정황을 특검이 포착한 것처럼 보도한 바 있으나 특검은 그러한 내용을 언론에 확인해준 사실이 없다"고 일축했다.
특검팀은 이날 임 전 사단장과 사촌지간인 박철완 부산지검 부장검사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기도 했다. 박 부장검사는 현재 부산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장으로 근무 중이다.
특검은 임 전 사단장과 박 부장검사가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가 진행 중인 과정에서 여러 차례 연락을 주고받으며 긴밀히 소통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임 전 사단장은 특검에 휴대전화 비밀번호 제공을 거부하며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 특검은 임 전 사단장 휴대전화에 저장된 정보 중 박 부장검사와 나눈 대화를 확인하고, 이를 토대로 법원에서 박 부장검사의 휴대전화 압수수색영장을 발부 받았다고 밝혔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이틀 만에 피의자로 재소환했다. 앞서 이 전 장관은 지난 23일 직권남용 혐의로 첫 피의자 조사를 받으며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수사 결과를 보고 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렇게 줄줄이 엮으면 어떡하냐'고 말한 것이 기억난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