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6명의 목숨을 앗아간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 참사가 항소심 법정에서 다시 불붙었다.
특히 검찰은 "여러 과실이 맞물린 복합적 참사"라며 피고인들을 몰아세웠고, 피고인 측은 "하청의 조기 철거가 전부"라며 책임을 부인하며 치열한 법리다툼을 예고했다.
광주고등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김진환) 심리로 25일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는 HDC현대산업개발과 가현건설, 감리회사 광장을 포함한 법인 3곳과 양사 관계자 및 감리업체 직원 등 모두 20명이 참석했다.
A씨 등은 지난 2022년 1월 11일 광주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주상복합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붕괴 사고를 일으켜 건설 노동자 6명을 숨지게 하고 1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이번 참사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전에 발생했다며 경영진에게는 안전 의무를 적용하지 않고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현장 관계자들에게는 유죄가 인정돼 징역형이나 벌금형이 선고됐으며, 무죄를 받은 피고인은 6명에 불과했다.
검찰은 사실 오인과 법리 오해, 양형 부당을 이유로 피고인 전원에 항소했으며, 피고인 측도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6명을 제외한 모두가 항소했다.
검찰 "쪼갠 논리로 무죄 노리나"
검찰은 피고인 측 법률대리인의 주장을 '위험한 궤변'이라고 직격했다.
검찰은 "음주와 운전을 분리하면 무죄라는 주장과 같다"며 "동바리 조기 철거·콘크리트 지지대 설치·양생 관리 실패 등 복합적인 요인이 붕괴를 불러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람을 여러 차례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을 부위별로 나누면 책임을 묻기 어려운 것과 같다"며 "이번 사고 역시 다양한 과실이 결합된 참사"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피고인 측이 전문가 증언을 쪼개 일부 문구만 근거로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재판부는 사건을 종합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면서 "과실 경합은 이미 대법원이 확립한 판례 취지인 만큼 이번 사건도 그 법리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1심이 콘크리트 양생 과실을 무죄로 본 점을 문제 삼으며 "이는 대법원 판례를 간과한 잘못된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새로운 감정 신청과 관련해서는 "사실을 쪼개 무죄를 노리는 전략"이라고 의심하면서도 "재판부가 결정한다면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 "사고는 동바리 조기 철거가 원인"
피고인 측은 참사의 주된 원인을 37·38층 필러 동바리 조기 철거로 지목했다. 피고인 측은 "콘크리트 지지대 설치 여부는 직접적 원인이 아니다"면서 "바리를 철거한 이상 어떤 지지대를 세워도 사고는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하청업체가 원청에 보고하지 않고 임의로 철거했다는 정황을 문자와 대화 기록으로 제시했다.
또 인과관계 입증 책임은 검찰에 있으며, 단순한 위험 가능성만으로는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피고인 측은 "1심이 사고조사위 보고서에 과도하게 의존했다"며 대한건축학회나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등 독립적 전문기관의 감정을 거듭 요구했다.
피고인 측은 "하청업체로서 원청 지시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호소했다. 일부는 공법 변경 발표회 참석 외에는 실제 시공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데크플레이트 변경이나 지지대 설치 사실을 알 수 없었다"고 항변했다.
피고인 측은 1심이 선고한 징역형과 집행유예가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원청 지시에 따른 하청 직원들에게까지 지나치게 무거운 형벌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광주고법, 아이파크 붕괴 독립 감정 결정…시뮬레이션 검증 나선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날 독립적 전문기관 감정 절차를 개시하기로 했다. 사실조회와 증인 신청 등 대부분의 증거 요청은 기각했지만, 감정만큼은 받아들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항소심에서 피고인들이 제출할 수 있는 유일한 새로운 증거"라며 대한건축학회나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가운데 한 곳을 지정해 시뮬레이션 방식의 구조 안전성 검증을 맡길 방침이다.
감정 결과에 따라 감정인을 법정에 불러 증인신문도 가능하다. 검찰 역시 "콘크리트 양생 부분 무죄 판단을 다투기 위해 새로운 전문가 증인을 신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