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단속안내 앱 1천만 시대'…음주운전과 숨박꼭질해야할 판

GPS 켜면 반경 1km 내 단속 지점 실시간 알림
기습·불시 단속에도 '회피 네비게이션'에 역부족
제재 법안도 마련 안돼…독일·프랑스 등 위법 규정

음주단속 현장 사진. 부산 경찰청 제공

일주일에 달하는 올 추석 연휴를 앞두고 경찰의 음주 단속에 비상이 걸렸다.  '음주단속 실시간 안내 앱'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술을 마시고도 단속 현장을 우회하는 방식으로 회피할 수 있는 통로가 생기면서다

24일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스마트폰 앱 스토어를 통해 '음주단속'을 검색해보니 수개의 관련 앱이 나왔다. 1위 앱은 다운로드 수가 100만 회를 넘었으며, 경찰의 실시간 단속 위치가 공유된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해당 앱은 오랜 운영 기간동안 사용자 제보 교통정보가 누적 100만 건을 돌파했다고 홍보하며, 빅데이터 기반 교통정보 서비스라고 소개한다. 다른 앱도 사용자가 GPS를 켜면 반경 1km 내 단속 지점을 실시간 알림으로 알려주는 기능을 홍보하면서 50만 회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이들 앱의 인기에 힘입어 2017년에 출시된 '경찰 탐지기' 앱은 음주단속 뿐 아니라 경찰 순찰대 위치까지 확인하는 기능을 추가하여 다운로드 수가 1천만 회를 넘어섰다. 이용자들이 경찰 단속 지점을 지도에 표시해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방식을 통해 운영되는 앱들이 사실상 음주운전자의 '단속 회피 네비게이션'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시간 음주 단속 공유 앱의 경찰 위치 사진. 앱 '더더더' 캡처

앱 운영사는 해당 서비스가 단속 회피용이 아닌 '교통정보 서비스 종합플랫폼'이라고 강조한다. "음주단속, 교차로 단속, 신호위반 단속 등 각종 교통단속 정보를 사전에 알려 법규를 준수하도록 경고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실제 앱 후기 게시판에는 "덕분에 단속 피했다"는 식의 후기가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한 후기는 "교통상황은 요즘 다른 지도 앱에서도 잘 알려준다"며 "경찰의 위치만을 알려주는 앱을 쓰는 건 결국 단속을 피하려는 목적이 가장 큰 것으로 느껴진다"고 전했다. 이어 다른 후기에서도 "음주운전 단속 위치를 알려주는 앱은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최고의 앱이다"라는 글이 달리며 사실상 앱이 단속 회피에 악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울에서 자취하는 김모(23) 씨는 "맥주 한잔을 한 친구가 걸어가기엔 집이 멀다며 앱으로 경찰 위치를 확인한 뒤 전동 킥보드를 타는 것을 본 적 있다"며 "운전 상황에서도 비슷한 일이 생긴다면 단속 자체가 의미가 없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러한 앱이 음주단속 취지를 무력화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 경찰 관계자는 "특정 위치에서 음주단속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시간으로 알리는 건 단순 정보 공유가 아닌 음주운전을 방조하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며 "명확한 제재 수단이 없어 곤란하다"고 전했다.

경찰청은 기습 단속과 불시 단속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앱 정보 공유 속도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다. 20~30분 간격으로 단속 시간과 장소를 수시로 바꾸고, 단속 인력을 소규모로 분산 배치했지만 온라인에서 몇 분 만에 퍼져나가는 정보 속도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

오랜 기간 쌓인 데이터로 경찰 단속 정보가 공유되는 상황에서도, 한국에는 앱 운영을 직접적으로 금지할 법적 근거가 없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음주 단속 정보를 공유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논의가 있었지만, 결국 소관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며 무산됐다.

당시 법안을 대표 발의했던 박재호 전 의원은 "그런 앱 때문에 음주단속의 효과성이 저해될 뿐만 아니라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낮아진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반면 일부 해외 국가에서는 단속 정보 공유를 법으로 제한한다. 독일은 운전 중 속도 단속 카메라 경고 앱이나 단속 정보 제공 기능을 켜는 것 자체를 위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적발 시 '불법적인 경고 신호 사용'으로 간주되어 벌금과 벌점이 부과된다. 프랑스는 단속 탐지기를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처벌될 수 있으며 해당 기기가 차량에 부착되어 있을 경우 차량 자체가 압수 될 수 있다.

추석 연휴는 음주운전 사고가 평소보다 많이 발생하는 시기다. 24년 경찰청이 공개한 5년간의 통계에 따르면 추석 전날과 첫날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평상시보다 20% 이상 많았다. 특히 이번 추석 연휴는 최대 10일간의 장기 연휴로 술자리 모임과 장거리 귀성길 운전이 겹쳐 음주운전 사고 위험이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언론사를 통해 "추석 연휴는 음주운전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시기"라며 "음주운전으로 가족을 잃은 피해자들의 고통을 생각한다면 단속망 회피보다는 자발적 자제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어 "올 추석 연휴는 단속망보다 더 촘촘한 시민들의 안전 의식이 필요하다"며 "단속 회피 앱 대신 교통안전에 대한 양심을 켜 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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