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만든 천국과 인간의 지옥…오성은 신작 '블랙 인페르노'

혐오와 빙의 교차 김준영 오컬트 '제 : 지워진 이름들'

와우포인트 퍼블리싱 제공

소설가 오성은의 신작 '블랙 인페르노'는 가상과 현실, AI와 인간을 정면으로 충돌시킨 서스펜스 스릴러다.

작품은 13년 전 아이들이 사라진 '블랙 인페르노' 사건의 생존자 제이든 그레이가 스물세 살 청년이 되어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그러나 어머니 메건 곁에는 이미 '천국의 아이들(child-13)'이라는 프로그램이 복원해낸 열 살의 가상 제이든이 존재한다.

현실로 돌아온 제이든은 연쇄 살해 사건의 용의자로 의심받고, 가상 속 제이든은 "왜 엄마는 내가 아닌 다른 아이의 손을 잡느냐"고 묻는다.

영화 '반도', '얼굴'의 연상호 감독과 '종이의집: 공동경제구역', '기생수: 더 그레이'의 류용재 작가 원안을 바탕으로 소설화 한 이번 작품은 인간이 타인을 얼마나 알 수 있는지, 데이터가 재현한 존재가 현실을 대체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연상호 감독은 "이 작품은 내가 만든 어두운 구렁에 관한 이야기"라며 독자들이 마지막까지 시선을 거두지 않길 바랐다.

오성은은 전작 '라스팔마스는 없다'로 주목받은 바 있다. '블랙 인페르노' 역시 AI가 만든 '천국'과 현실의 '지옥' 사이에서 흔들리는 모성의 투쟁을 통해, 상실과 애도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윤리적 질문을 던진다.

오성은 지음 | 연상호·류용재 기획 | 와우포인트 퍼블리싱 | 212쪽


텍스티 제공

2022년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부문에서 만장일치로 대상을 수상한 김준녕 작가의 신작 '제: 지워진 이름들'은 '다문화 혐오'를 정면으로 다루며 오컬트 호러의 형식을 빌려 사회적 갈등의 심연을 파고든다.

작품의 배경은 1979년 미국 중부의 작은 마을 엔젤타운이다. 교회를 중심으로 공동체가 유지되는 이곳에 거대한 농장을 운영하는 한국계 가문과, 몰락한 집안 출신의 또 다른 한국계 가족이 차례로 이주한다. 경제적 지위와 사회적 위치가 극명히 갈린 두 가문은 같은 뿌리를 공유하면서도 서로 다른 차별의 경험을 마주한다. 특히 농장주의 아들 '한'과, 어눌한 영어와 마늘 냄새로 놀림받는 이주민 소년 '준'은 기묘한 방식으로 얽힌다.

한은 어느 순간부터 준의 감각과 시선으로 세상을 경험하는데, 이는 준의 집안이 대대로 무당 일을 이어왔다는 사실과 맞물리며 빙의라는 초자연적 현상으로 설명된다. 두 소년은 계약처럼 피해와 가해를 거래하며 우정을 쌓고, 지옥 같은 마을을 함께 벗어나겠다고 다짐한다.

이야기는 1999년 서울로 이어지며, 결혼을 앞둔 한의 모습으로 현재와 과거를 교차시킨다. 작품은 개인의 서사에 머물지 않고, 철도 건설에 동원된 중국인 노동자들의 학살과 같이 기록되지 않은 역사를 불러내며 '지워진 이름들'을 소환한다.

저자는 부록 대담에서 "제(祭)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의식"이라며 "문학 역시 망각된 이들의 역사를 현재로 불러오는 제의"라고 말했다.

소설은  호러적 긴장감 속에서 다문화 사회의 균열과 혐오의 폭력성을 서늘하게 드러낸다.

김준녕 지음 | 텍스티(TXTY) | 5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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