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미> 어머니 손을 잡고 교회를 다녔다고 들었습니다. 그때 경험이 집사님의 신앙에 어떤 의미가 됐나요.
◇김훈> 모태신앙은 아니었지만, 초등학교 4학년 무렵 어머니가 큰 교통사고를 당하시면서 다시 교회를 다니게 되셨습니다. 그때부터 저도 어머니 손에 이끌려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죠. 어린 마음에도 힘들고 어려울 때 하나님을 찾게 되었고, 신앙은 제 삶의 중요한 기둥이 되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절의 경험이 저를 붙들어준 은혜였다고 생각합니다.
◆김영미> 어릴 때 한 태권도로 삶의 방향이 달라지게 됐다면서요.
◇김훈> 어릴 때 체격이 작아 어머니 권유로 태권도를 시작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는 시합과 시범단 활동을 하며 태권도를 삶의 전부처럼 여기고 지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교회 누나를 따라간 '셀라 노래 선교단' 오디션에서 찬송가를 부르게 되었고, 리틀셀라중창단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처음엔 형·누나들과 함께 무대에 서는 즐거움이 컸지만, 점차 하나님을 찬양하는 기쁨을 알게 되면서 태권도에 쏟던 마음이 찬양으로 옮겨가게 되었고, 그 길이 제 안에 새로운 방향이 되었습니다.
◆김영미>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하셨다고요.
◇김훈> 형이 운동을 하다 포기한 경험이 있어서 부모님은 제가 한 길을 가는 것을 두려워하셨습니다. 특히 아버지는 예술고 진학을 극구 반대하셨고, 저도 많이 혼났습니다. 하지만 몰래 레슨을 받으며 준비했고, 결국 부산예술고등학교에 합격했습니다. 부모님은 "네가 스스로 합격하면 돕겠다" 하셨고, 이후 어머니는 기도와 물질로 든든히 뒷받침해 주셨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하나님이 제 길을 인도하신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김영미> 대학은 어떻게 진학하게 됐나요.
◇김훈> 계명대학교 성악과에 진학했습니다. 당시 콩쿠르에서 입상해 장학금을 받았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성악을 전공하면서도 합창 지휘의 매력에 눈을 떴습니다. 스무 살에 부산 하나인교회에서 처음 지휘자로 섰을 때, 제 손끝에 따라 성도들의 찬양이 하나 되는 감동을 경험했는데, 그때가 지휘의 길을 걷게 된 중요한 계기였습니다.
◆김영미> 교회와 무대에서 다양한 음악 사역을 하셨을 텐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을까요.
◇김훈> 대구의 수정교회, 삼덕교회 등에서 솔리스트와 지휘자로 활동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찬양을 통해 성도님들이 은혜받는 모습을 보는 순간이었습니다. 제 목소리와 지휘가 하나님께 드려지고, 그 찬양이 누군가의 삶에 위로와 기쁨을 주는 것을 느낄 때 음악이 단순한 예술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도구임을 깨달았습니다.
◆김영미> 제주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습니까.
◇김훈> 졸업 후 유학을 준비했지만, 우연히 지원한 제주도립합창단에 합격하면서 제주에 오게 됐습니다. 낯선 땅에서 잠시 머물다 떠나려 했지만, 첫해 오페라 <리골레토>의 주역을 맡으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하나님이 이곳으로 인도하셨다는 확신이 생겼고, 공연과 사역이 늘어나면서 어느새 20년 넘게 제주에 정착하게 됐습니다.
◆김영미> 제주에서 합창단 창단과 지휘 활동을 이어왔죠.
◇김훈> 조천감리교회에서 지휘를 맡으면서 마음의 안정을 얻었고, 제주카리스합창단과 제주도청 합창단 '숨비소리'를 창단했습니다. 합창단을 세우고 키워가는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단원들과 하나의 하모니를 만들어내며 지역 문화에 기여하고 신앙 공동체를 섬길 수 있었던 것은 큰 보람이었습니다. 특히 찬양을 잘 모르던 분들이 찬양의 기쁨을 깨닫고 함께 하나님을 찬양하는 모습을 볼 때 감사가 넘쳤습니다.
◆김영미> 40세에 늦깎이로 유학을 떠나셨다고요.
◇김훈> 도립합창단 무급 연수 제도를 활용해 이탈리아로 유학을 갔습니다. 마흔이라는 나이에 떠난 것은 큰 도전이었지만, 낯선 땅에서 하나님만을 의지하며 기도하는 시간이 제 신앙을 성숙하게 만들었습니다. 밀라노 한마음교회 임마누엘 선교단과 함께 찬양하며 큰 힘을 얻었고, 음악적 성장뿐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를 깊이 체험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김영미> 귀국 후 가정을 이루고 제주에서 사역을 이어가고 있는데, 아내와 가정은 집사님께 어떤 힘이 되고 있나요.
◇김훈> 유학에서 돌아온 후 합창단원을 통해 지금의 아내를 만났습니다. 늦게 결혼했지만, 아내는 언제나 기도로 저를 지지해 주는 든든한 동역자입니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교회로 먼저 달려가 기도하는 아내의 모습에서 하나님이 보내주신 사람임을 느낍니다. 가정이 주는 안정과 사랑은 제 사역의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김영미> 현재 맡고 있는 여러 역할 가운데 가장 중심에 두고 있는 사명은 어떻게 될까요.
◇김훈> 제주교회여성합창단 지휘자, 성악협회 회장, 오페라 앙상블 대표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지만 모든 활동의 중심에는 '찬양을 통해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삶'이라는 사명이 있습니다. 받은 은사를 통해 지역사회와 교회를 섬기고, 음악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것이 제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영미> 음악을 통해 하나님께 드리고 싶은 고백이 있으실까요.
◇김훈> 제 삶의 모든 순간이 하나님께 드려지는 찬양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고집도 세고 성격이 강한 편이지만, 하나님의 사람으로서 더 유하게 살기를 바랍니다. 또한 가정이 온전히 하나님께 드려지는 삶이 되기를, 그리고 제가 하는 일이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김영미> 끝으로 앞으로의 비전이나 기도 제목을 나눠주세요.
◇김훈> 첫째, 제 삶의 모든 순간이 하나님께 드려지는 찬양이 되도록 항상 겸손한 마음을 갖고 싶습니다. 둘째, 음악 사역을 통해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하나님의 사랑과 위로가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셋째, 가정이 믿음 안에서 굳건히 서고 아내와 함께 하나님의 동역자로서 동행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앞으로도 제게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하나님을 섬기며, 찬양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은혜가 흘러가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