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이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을 만나 사법 신뢰 회복을 당부했다. 천 처장은 우 의장의 말에 호응하면서도 국회의 사법개혁 논의에 사법부가 동참할 수 있도록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우 의장은 24일 국회에서 천 처장과 접견하고 "국회가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라면 법원은 정의의 최후 보루여야 한다는 게 국민의 믿음이자 상식"이라며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사법부 역할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법부는) 왜 국민이 사법부를 걱정하고 불신하는지 돌아보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결자해지해야 한다"며 "나라 안팎에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고 국민 요구도 어느 때보다 높다. 사법개혁도 그중 하나"라고 짚었다.
이날 우 의장과 천 처장의 접견은 법원 측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고 한다. 사법부 2인자인 법원행정처장이 정치권 현안을 두고 국회의장을 예방한 건 이례적이다.
최근 여권을 중심으로 조희대 대법원장을 겨냥한 공세가 거세지고, 사법개혁 속도전에서 사법부가 배제되는 일이 빚어지자 위기감을 느낀 법원이 먼저 행동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우 의장의 당부에 천 처장은 "좋은 말씀 감사하다. 사법부에게 국민 신뢰는 중요하다"며 공감을 나타냈다.
이어 천 처장은 "삼권분립을 통해 재판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돼야 한다"며 "(그래야) 사법권이 온전히 행사돼 국민들의 기본권 행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고 사법부 독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천 처장의 발언은 현재 여당이 추진 중인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나 대법원장 청문회 등을 염두에 둔 취지로 풀이된다. 야권에서는 이같은 여당의 움직임을 두고 입법부의 사법권 침해라고 비판 중이다.
다만 천 처장은 이날 우 의장과 접견한 자리에서 내란전담재판부나 대법원장 청문회 등 구체적인 현안은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천 처장은 대신 국회에서 진행되는 사법개혁 논의에 사법부도 동참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사법개혁은 국민에게 유익이 되는 방향으로 개선되는 게 필요하다"며 "그러기 위해선 사법부가 동참해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제도 개혁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법개혁 방안의 공론화 대해 저희 사법부가 어떤 방향과 방법으로 함께하면 좋을지 의장으로부터 조언을 듣고 상의하고자 이 자리에 나왔다"며 "사법부가 정말 국민에게 유익되는 사법부가 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