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믿음, 이른바 '유전자 결정론'을 비판적으로 파헤친 신간 '나쁜 유전자'는 역사 속에서 '피부색 유전자', '희귀병 유전자', '범죄 유전자', '동성애 유전자', '암 유전자' 등으로 불리며 오해와 차별의 근거가 돼 온 여덟 가지 대표적 유전자를 주제로 삼는다.
저자인 정우현 동덕여대 약학대 교수는 최신 연구와 진화생물학 이론을 토대로, 유전자에 덧씌워진 편견을 하나하나 벗겨내며 "유전자는 운명이 아니라 가능성"임을 강조한다.
정 교수는 "완벽한 유전자는 없다. 인간은 '완성된 존재'가 아니라 '과정으로서의 존재'"라고 말하며, 우리가 흔히 '나쁜 유전자'라 부르는 것들조차 사실은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다양성의 원천'이라고 지적한다.
예컨대 유방암과 관련해 잘 알려진 BRCA1 유전자는 본래 손상된 DNA를 복구하는 기능을 갖고 있으며, '범죄 유전자'로 불린 MAOA 역시 여러 표현형에 영향을 주는 다면발현성 유전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책은 인종 개념의 허구, 우생학의 그림자, 자폐증·암 유전자에 대한 오해 등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유전자 담론이 어떻게 사회적 편견과 맞물려왔는지를 추적한다. 동시에 오늘날 '유전자 치료' 담론 속에서도 여전히 반복되는 결정론적 사고의 위험을 경고한다.
정우현 지음 | 이른비 | 39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