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길을 냈던 엄정화 "또래 배우들 보며 힘 받고 더 꿈꾸게 돼요"[EN:터뷰]

엄정화는 23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금쪽같은 내 스타' 종영 기념 라운드 인터뷰를 열었다. ENA 공식 트위터

돌아보면 엄정화는 '활동'함으로써 새롭게 길을 내 왔다. 예전만 해도 마치 완전히 구분된 영역인 것처럼 보였던 가수와 배우를 동시에 해낸 '대표주자'이면서, 20대부터 50대까지 '현재진행형'으로서 다양한 캐릭터와 작품을 쌓아가고 있다.

30년 넘게 대중에게 사랑받고 업계의 부름을 받는, 수많은 대표곡과 대표작을 보유한 엄정화도 어릴 때는 불안했고 막막했다. '너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 그 불안에서 지금도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지만 이제는 그저 '해 나가고' 있다. 그러면 후배들도 따라올 수 있는 길이 생기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엄정화는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ENA 월화드라마 '금쪽같은 내 스타' 종영 기념 라운드 인터뷰를 열어 취재진을 만났다. 오랫동안 다닌 수선집 아저씨에게까지 '너무너무 재밌다'라는 연락을 받았다는 엄정화는 "얼마나 재밌었으면 그러셨을까" 하며 기뻐했다.

지니TV 오리지널 작품인 '금쪽같은 내 스타'는 ENA에서 방송했다. 최고 시청률 17.5%를 기록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존재감을 크게 알렸으나 아직도 채널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금쪽같은 내 스타' 첫 회 시청률은 1%대였다.

엄정화는 가수와 배우로서 30년 넘게 오랜 사랑을 받고 있다. 에일리언컴퍼니 제공

그는 "처음에 많이 긴장되긴 하더라. 쉽게 찾을 수 있는 채널이 아니다 보니까"라면서도 "우리가 재밌게 찍고 편집실에서 너무 재밌게 편집했다. 첫 방송하고 나서 너무 낮게 나왔다고 걱정했는데 그다음부터 시청률이 올라와서 다행이었다"라고 돌아봤다.

주위에서는 다들 '잘 보고 있다'라고들 했다. 동료 배우 중에서는 송혜교에게 연락이 왔다. 엄정화는 "너무너무 재밌게 잘 보고 있다고 한 3~4회 정도에 메시지가 와서 너무 기뻤다. 사실 어떻게 보일까 좀 많이 신경도 쓰고 그러지 않나"라고 운을 뗐다.

절친한 사이인 가수 겸 작곡가 정재형 역시 '네(엄정화)가 너무 걱정해서 나도 걱정스럽게 봤는데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 너무 재밌고 분위기도 좋아 보인다'라는 응원을 보내왔다.

전작인 JTBC 토일드라마 '닥터 차정숙'에서 엄정화는 의대 졸업 후 가정주부로 살아오다가 40대 중반에 의사라는 꿈에 도전하는 차정숙 역을 연기했다. 이번 '금쪽같은 내 스타'에서는 당대 최고의 톱스타였다가 사고로 급작스레 25년 후 눈을 떴지만 다시 본업으로 돌아가고자 애쓰는 봉청자로 활약했다.

엄정화는 '금쪽같은 내 스타'에서 봉청자 역을 연기했다. ENA 공식 트위터

두 작품은 포기할 수 없는 꿈을 찾는 중년 여성의 이야기라는 공통점이 있다. 우연일까. 엄정화는 "지금이 약간 그런 때인 거 같다. 작품적으로도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서로 공감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하는 그런 시기가 아닐까"라고 바라봤다.

"제가 '싱글즈'(2003)라는 영화 했을 때 서른이 지나면 다들 막 인생 끝이라고 했었어요. 남편 없어도 난 잘할 수 있어, 그런 얘기를 해서 공감하고 '우리는 더 할 수 있다'라고 했죠. '결혼은 미친 짓이다'(2002)도 그렇고 지금은 또 제 나이에서 앞으로 (무언가를) 더 할 수 있는 여자로서, 주체적으로, 뭔가 기대서 사는 게 아니라… '닥터 차정숙'도 '나도 이제 꿈꿀 수 있어' '나 다시 시작할 수 있어' 한 것처럼, 지금 봉청자는 어쨌든 나는 정말 스타였지만 다시 밑바닥부터 시작할 수 있는 걸 보여줬기 때문에 자기가 갖고 있는 꿈, 능력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여서) 그런 면에서 좋았던 것 같아요."

어릴 때는 "너무 막 불안해" 했다. 엄정화는 "정말 좋은 작품 만나고 싶고, 계속해서 더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데 작품이 없는 시간에는 너무 막 괴롭더라. 언제 작품이 와 줄까. 왜 나한테는 좋은 작품이 안 오지? 하는 조바심 때문에 스스로를 너무 많이 힘들게 하기도 했던 것 같다. 그 시간을 그렇게 괴로워하지 말고 좀 더 발전적인 거로 채웠으면 어땠을까"라고 말했다.

아직도 불안에서 "다 벗어난 것 같진 않"다는 엄정화. 그래도 마흔 지나서부터는 "작품이 주어지지 않는 시간을 어떻게 채워야 하는지 어떻게 즐겨야 하는지는 좀 알아가는 거 같다"라고 그는 설명했다. "작품이 없는, 그냥 엄정화로서의 시간이 '아, 이렇게 좋을 수도 있구나' 하는 걸 참 늦게 안 것 같아요."

엄정화는 전작 '닥터 차정숙'에 이어 이번 '금쪽같은 내 스타'에서도 꿈을 찾아 앞으로 나아가는 중년 여성을 연기했다. ENA 공식 트위터

작품을 마치거나 일이 없을 땐 여행도 가고 산책도 하고 친구들하고 수다도 떨면서 "하루하루를 평범한 생활 안에" 둔다. "배우가 아닌 그런 시간"도 좋다는 걸 깨달았다. "작품이 없으면 진짜 일 없는 한량이니까"라고 웃은 엄정화는 "책도 보고 영화도 많이 보고 그런다"라고 전했다.

봉청자와 본인의 공통점으로 '연기'라는 본업을 무척 사랑한다는 것을 든 엄정화. 다시 태어나도 또 배우를 하고 싶은지 질문이 나오자 그는 "(예전엔) 정말 수려한 외모 가진 사람들만 배우로 존재한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극 중에는 진짜 여러 가지 캐릭터가 필요하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가진. (그러니) 어떤 식으로든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닥터 차정숙' 촬영 당시 일흔이 넘은 배우를 만난 일화를 소개했다. 엄정화는 "여자분이신데 자기 이제 연기 시작했다고 하시더라. 너무 행복해하셨다. 평생의 꿈이었는데 이제 좀 실천해 보려고 한다고. 요것도 찍었고요, 요것도 찍었고요 하셨다. 그런 모습도 너무너무 좋았다. 우리가 마음만 있다면 못 할 건 없다는 생각이다. 뭐든 자기 마음이 가는 대로 계속해야겠다"라고 말했다.

요즘은 작품에서 활약하는 여성 배우가 더 늘었고, 연령층도 더 다양해졌다. 40대 이상 중년 여성 배우에게 여전히 '엄마' 역할이 자주 주어지지만, 이전보다 다채로운 역할이 등장하는 중이다. 엄정화는 "진짜 멋지게 해 나가고 있고, 서로 힘을 받는 것 같다. 앞으로 할 얘기가 더 있겠다, 앞이 막막한 게 아니라"라고 밝혔다.

23일 방송한 '금쪽같은 내 스타' 마지막 회 장면. ENA 공식 트위터

이어 "어릴 때 생각했을 때는 너무 막막했는데 해 오다 보니까 또래 친구 배우분들이 길을 만들어 가고 있고, 거기에 저도 같이 가고, 그런 거에 굉장히 서로 힘이 되고 에너지를 받게 되는 것 같다. 더 꿈꿀 수 있게 되고"라고 부연했다.

스스로도 길을 개척해 나가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엄정화는 "그냥 저는 계속해와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라기보다는 항상 좀 두려웠던 것 같다. 막막하기도 했고. 근데 제가 이걸 좋아하니까 계속 해 나가고 싶고 뭔가 앞을 쳐다볼 수 없을 때도 차라리 '해 나가면서' 길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은 했다"라고 답했다.

또한 "어떤 책임감 때문은 아닌데, (제가) 이걸 해 나가면서 후배들도 올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늘 했던 것 같다. 그래서 길이 없으면 해 보고 계속 해 나가면서 만들고 후배들한테도 올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쪽같은 내 스타'로 풋풋하면서도 산뜻한 중년 로맨틱 코미디를 경험한 엄정화. 그는 "이렇게 사랑 얘기를 다뤄보는 것도 너무 좋을 거 같다. 각자 다른 모습의 사랑이 있을 거 같다. 20대, 30대, 40대, 50대, 60대 인간으로서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도 너무 만나고 싶다"라고 바랐다.

엄정화는 가수로서 앨범도 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에일리언컴퍼니 제공

"지금 세대는 예전처럼 50대라고 해서 나이 든 여자로서만 치부하지 않으니까. '아, 내가 60대가 되어도 사랑을 꿈꿀 수 있고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라는 기대감이 생기는 거 같아요. 그런 이야기도 너무 만나보고 싶고 정말, 제 나이도 이제 달라지고 있으니까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생겨요. 저도 이 나이 때 이런 대본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는 30대, 40대 때는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기대를 하고 있어요."

또 다른 본업인 가수 컴백 계획은 없을까. 엄정화는 "계속 앨범 만들어야겠다,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오긴 했는데 촬영이 계속 있어서 미뤄졌다. 콘서트 하면서 진짜 너무 행복했다. 그때는 너무 두려운 게 많았지만 해내고 나니까 다음 콘서트는 내가 더, 더 즐길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고… 앨범 준비해야 콘서트를 또 할 수 있을 것 같다. 의미가 있으려나, 는 모르겠지만 그래도"라고 밝혔다.

"저는 그냥 계속 오래 하고 싶어요. 오래 하는데 오래 잘하고 싶어요. 보면 부족한 부분도 많이 느껴지고 하는데 세월에 퇴색되지 않고 진짜 커 나가고 싶은, 커 나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끝>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