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도 몰랐던 조희대 청문회…추미애 독주에 與 '곤혹'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윤창원 기자

국회 법사위가 여당 주도로 '조희대 청문회'를 개최한다고 발표하기 전 당 지도부나 원내지도부 등과 사전에 상의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때문에 원내 전략에 차질을 빚게 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자당 법사위원 측에 주의를 당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 내부에선 추미애 위원장을 필두로 한 법사위의 독주로 괜히 조희대 대법원장만 띄워주고 다 같이 역풍을 맞게 될 수 있다며 곤혹스럽다는 반응이 흘러나온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3일 부산 일정 중 만난 기자들이 '조희대 청문회'를 사전에 알았느냐고 물었지만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지나갔다.

대신 옆에 있던 권향엽 대변인이 "사전에 당 지도부와 논의한 것은 없는 것 같다"며 "법사위원들이 합의해서 추진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원내지도부 일원인 문금주 원내대변인도 국회에서 같은 질문을 받고 "사전에 상의는 안 됐고 추후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조희대 대법원장. 연합뉴스

취재 결과, 최고위원회의를 비롯한 당 지도부나 원내지도부 쪽 모두 법사위가 청문회 개최를 의결할 거라는 사실을 사전에 전달 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물론 국회 법사위는 기본적으로 의회에 속한 헌법기관이기 때문에 정당과 상하관계에 있지 않고, 당 지도부에 보고하거나 지시에 따라야 할 의무도 없다.

다만 결과 책임을 당이 상당 부분 공유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 정도 중대한 사안을 개별 상임위가 지도부와 상의하지 않고 진행하는 건 통상적이지 않다.

때문에 김병기 원내대표는 법사위원 측에 사전 협의 없는 청문회 개최를 지적하며 '유기적인 협력'을 당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 번에 특검법 합의를 파기할 때도 그랬지만 법사위가 너무 세게 치고 나가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애초 지도부 차원에서는 조희대 청문회 이슈를 최소 25일 정부조직법 본회의 처리 이후로 미루면서 당장은 완급조절에 나서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사법부는 국민이 안심할 수 있게 내란척결에 단호하고 공정하게 (나서고) 무엇보다 (재판을) 신속히 처리할 것임을 천명해달라"며 공을 사법부에 넘겼었다.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연합뉴스

직전까지 여당 의원들이 조희대 대법원장을 강하게 비난했던 것과 달리, '로 키(low key)' 기조를 보였던 것. 그러나 법사위가 청문회로 치고 나오면서 원내지도부 전략은 다소 꼬인 모양새다.

당장 국민의힘에서는 25일 본회의에 상정되는 '모든 법안'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대응하겠다며 소속 의원 해외 활동까지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히고 나섰다.

이와 관련,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는 지난 5월 14일에 이미 한 번 했던 걸 다시 이어가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당내에서는 법사위 독주로 일부 강성 지지자들의 환호를 부를 수 있겠지만, 이렇게 진흙탕 싸움이 계속될 수록 이재명 정부 성과를 가리고 중도층 외면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사법부 수장과 싸울 거면 확실한 걸로 한 방에 제대로 날리든지 그러지도 못하면서 이렇게 잽만 날리나"라며 "추미애 위원장을 비롯해 다들 본인 장사 하느라 바쁜 것 같은데 제동이 걸리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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