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팬 울리는 BIFF '티켓 양도' 사기 피해 호소 잇따라

BIFF 오픈채팅방서 영화 좌석 양도 제안
"예매 정보 보내주겠다"한 뒤 연락 끊겨
유사 피해 사례 잇따라…경찰 수사 중
BIFF 측 "공식 사이트로 예매해야"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부산=황진환 기자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관람객에게 매진된 영화 티켓을 양도하겠다고 접근한 뒤, 돈만 받아 챙기고 잠적하는 사기 행각이 잇따르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서울에 사는 영화팬 김모(32·여)씨는 지난주 친구와 함께 BIFF를 찾았다가 큰 낭패를 겪었다.

김씨는 일정 마지막 날인 지난 21일 한 포털사이트에 마련된 BIFF 오픈채팅방에서 인기 상영작 '부고니아' 좌석을 양도한다는 채팅을 발견했다. 채팅 글이 올라온 시각은 영화 시작을 단 1시간 남겨둔 시점이었다.

김씨가 답장을 보내자, 판매자 A씨는 정상 가격에 웃돈 1만 원을 얹은 값에 티켓을 양도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도 기다리고 있다. 구매를 원하면 먼저 입금하라"며 재촉했다. 김씨가 입금하자, A씨는 "시작 30분 전까지 온라인 티켓으로 입장할 수 있게 내 예매사이트 로그인 정보를 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이 말을 믿은 김씨 일행은 상영관 앞까지 가 연락을 기다렸지만, A씨는 "급한 미팅이 있다"는 등 핑계를 대다가 연락이 끊겼다. 영화가 시작한 뒤 "환불해 주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왔지만, 환불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씨는 "너무 보고 싶었던 영화를 양도한다고 해서 미리 예매한 같은 시간대 영화까지 취소했는데, 결국 이날 영화를 한 편도 보지 못했다"며 "부국제를 즐기기 위해 연차를 쓰고, 숙소·차편까지 예매하고 부산까지 간 건데 마지막 날에 이런 일이 있어서 속상했다"고 말했다.

김씨 돈을 가로챈 '판매자 A'는 알고 보니 상습범이었다. BIFF 오픈채팅방에는 A씨에게 비슷한 수법으로 티켓 양도 사기를 당했다는 피해자들이 여럿 있었다. 특히 표를 구하기 힘든 개막식 티켓 양도 사기를 당했다고 호소하는 이들이 많았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개막식이 열린 지난 17일 BIFF 티켓 양도 사기 피해를 봤다는 신고를 접수한 상태며, 현재 입금된 계좌 명의자를 확인하는 등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네이버 부산국제영화제 오픈채팅방에 올라온 양도 사기 피해 관련 채팅. 네이버 부산국제영화제 오픈채팅 캡처
'판매자 A'는 BIFF와 관람객의 특성을 잘 알고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 BIFF는 해마다 영화 마니아들이 전 세계에서 찾아 인기작은 좌석을 구하기 매우 어렵다. 이 때문에 영화팬들끼리 표를 양도하거나 맞교환하는 일이 적지 않다.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입장 시 본인 확인 절차가 따로 없고, 관람객은 예매사이트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알면 직접 로그인해 온라인 티켓으로 입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티켓 양도' 사기 피해가 잇따르는 데 대해 BIFF 사무국은 공식 사이트에서 티켓을 구매하는 게 원칙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BIFF 관계자는 "티켓 구매와 환불은 공식 사이트를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게 원칙이다. 이상 거래 파악과 조치를 위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현장 적발될 경우 예매 취소 처리한다는 방침"이라며 "직접 단속이나 경찰 신고 등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상영 전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대면 암표 직거래의 경우 제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티켓 등 온라인 사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가능한 현장에서 직접 대면해 거래하고, 온라인 거래 시 실물을 확인하는 등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해운대경찰서 관계자는 "티켓 등을 개인 간에 온라인으로 거래할 경우 사기의 위험이 있다"며 "가능한 직접 대면해 거래하고, 온라인의 경우 제품의 실물을 확실하게 확인하고 또한 송금을 유보할 수 있는 안전결제 시스템 등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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