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80억' APEC 공식 만찬장 호텔로 변경…"경북도 뭐 했나?"

정상회의 공식 만찬장 경주박물관→경주 라한호텔 변경
신축 건물에 화장실·조리실 없고 면적도 부족해 우려
치밀한 준비 미흡한 경북도와 이철우 도지사에 비판 여론 확산

지난 8월 국립경주박물관에 조성하던 APEC 정상회의 만찬장 공사 현장. 크레인이 목조 자재를 지붕 위로 옮기고 있다. 문석준 기자

'2025 APEC 정상회의' 개최를 한 달가량 앞두고 80억 원을 들여 짓고 있는 만찬장이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처했다.
 
이철우 경북지사의 리더십과 경북도의 부실한 준비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외교부와 경상북도는 지난 19일 APEC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제9차 회의를 열고 APEC 정상회의 만찬장을 국립경주박물관 중앙마당 신축 건물에서 경주 라한호텔 대연회장으로 변경했다고 발표했다.
 
APEC 준비위는 보도자료 등을 통해 공식 만찬에 더 많은 인사를 초청할 수 있도록 장소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만찬장으로 건설 중인 목조 건물은 2천여㎡ 규모로 600명을 수용(1인당 3.3㎡)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2005년 부산 APEC 당시 1천명을 수용한 만찬장(4396㎡, 1인당 4.4㎡)보다 훨씬 작은데다 공연 무대 조성 공간까지 들어서면 체감 면적이 훨씬 줄어든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주 라한호텔 전경. 라한호텔 제공

화장실과 케이터링 문제도 비판받았다. 경주박물관 만찬장은 일부 VIP를 제외하고는 참가자들이 50m가량 떨어진 외부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만약 비라도 올 경우 만찬 참석자들이 비를 맞고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는 불편에다 안전 문제까지 제기됐다.

게다가 음식 조리실도 없어 외국 정상들에게 식은 음식을 내거나 외부에서 음식을 조리해 갖고 들어오는 등 원활한 준비가 어렵다는 우려도 나왔다.
 
갑작스러운 만찬장 변경으로 행사를 주도적으로 준비해왔던 경상북도와 이철우 경북지사에 대한 비판 여론은 높아지고 있다.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문제들이었음에도 그동안 속도전에만 매몰돼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행사를 준비하며 80억원의 예산과 원활한 행사 준비를 위한 시간, 많은 인력과 행정력을 낭비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당초 경북도와 경주시는 APEC 경주 개최의 의미를 살려 20년 만에 에밀레종을 타종하고 전국에 흩어져 있는 금관 6개를 모아 외국 정상들에게 소개하겠다는 의도로 지난해 11월 국립경주박물관을 APEC 만찬장으로 건의했다.
 
이철우 경북지사가 지난 17일 경주에서 APEC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경북도 제공

하지만 12.3 비상계엄으로 인한 극심한 정국 혼란으로 만찬장 결정은 차일피일 미뤄졌고, 올해 1월 10일에야 경주박물관으로 결정됐다. 게다가 유물 발굴 조사 등으로 5월 말에야 공사가 시작되면서 예정대로 완공돼 운영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낳았다.
 
그러나 이 기간 경북도가 MICE 분야 전문가들로부터 만찬장 규모와 시설, 준비에 필요한 사항 등을 적절하게 조언받았다면 만찬장 공사 시작 전에는 충분히 계획을 수정하거나 장소를 변경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행사를 준비해야 할 수장인 이철우 경북지사는 대선을 앞두고 당내 후보 경선에 나섰다가 예선에서 떨어지며 체면을 구겼고, 이후 지병 치료를 위해 오랜 기간 도지사직을 비워놓으며 이 같은 혼란을 사실상 방치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경상북도 관계자는 "만찬장 변경에 따라 경주박물관은 CEO 써밋과 연계해 기업인과 정상 등의 네트워킹 허브로 거듭나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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