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윔블던 女王의 깜짝 한국어 인사' 첫 방한에 역전 우승까지 "내년에는 더 유창하게!"

2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경기장에서 열린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코리아 오픈 단식 결승에서 우승한 이가 시비옹테크가 시상대에서 도자기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윔블던의 여왕이 코리아 오픈의 여왕까지 등극했다. 이가 시비옹테크(2위·폴란드)가 첫 한국 방문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시비옹테크는 2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 코트에서 열린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코리아 오픈(총상금 112만9610달러) 단식 결승에서 에카테리나 알렉산드로바(11위·러시아)에 세트 스코어 2 대 1(1-6 7-6<7-3> 7-5) 역전승을 거뒀다. 우승 상금 16만4000 달러(약 2억2000만 원)를 거머쥐었다.

올해 3번째 우승 타이틀이다. 시비옹테크는 7월 윔블던, 8월 신시내티 오픈에서 정상에 오른 바 있다.

당초 시비옹테크는 지난해 코리아 오픈에 출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도핑 관련 문제로 방한이 무산됐다. 시비옹테크는 지난해 8월 도핑 양성 반응이 나왔는데 선수의 고의성 등 책임이 가볍다는 점이 참작돼 1개월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 땅을 밟은 시비옹테크는 곧바로 우승까지 차지했다. 특히 9372명 만원 관중이 들어찬 가운데 윔블던 여왕의 기량을 뽐냈다.

2022년 우승자 알렉산드로바는 2004년 코리아 오픈 창설 이후 최초로 2회 정상에 도전했지만 아쉽게 무산됐다. 시비옹테크는 이달 초 US 오픈 16강에서 알렉산드로바를 2 대 0(6-3 6-1)으로 누른 데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이겨 상대 전적 6승 2패의 우위를 이었다.

이가 시비옹테크(2위·폴란드)가 2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경기장에서 열린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코리아 오픈 단식 결승에서 에카테리나 알렉산드로바(11위·러시아)를 상대로 포핸드 스트로크를 구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비옹테크의 출발은 좋지 않았다. 1세트를 게임 스코어 1 대 6으로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시비옹테크는 2세트 분위기를 바꿨다. 접전 끝에 타이 브레이크를 7 대 3으로 따내며 반격에 성공했다.

3세트에는 행운의 여신이 시비옹테크를 향해 웃었다. 알렉산드로바가 먼저 브레이크에 성공했지만 시비옹테크가 게임 스코어 2 대 3으로 뒤진 가운데 네트를 맞고 떨어지는 행운의 샷으로 역시 브레이크에 성공했다. 여세를 몰아 시비옹테크는 6 대 5로 앞선 가운데 알렉산드로바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2시간 43분 접전을 마무리했다.

경기 후 시비옹테크는 "매우 어려운 경기를 이겨서 의미가 남다르고 자랑스럽다"면서 "경기 초반 잘 풀리지 않았고 위기 극복 순간이 여러번 찾아와 그때마다 내가 잘하고 있다는 확신이 필요했는데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점이 스스로 기특하다"고 뿌듯한 소감을 밝혔다. 이어 "특히 막판에 서두르지 않고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가 상대의 서비스 게임을 브레이크하고 마무리지은 점이 만족스럽다"고 덧붙였다.

우승을 차지한 이가 시비옹테크(왼쪽)와 준우승을 차지한 에카테리나 알렉산드로바가 2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경기장에서 열린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코리아오픈 단식 결승 시상대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비옹테크는 시상식에서 "와줘서 고마워요"라는 깜짝 한국어로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에 대해 시비옹테크는 "오늘 시상식을 위해 특별히 찾아보고 외웠다"고 웃으면서 "막상 해보니 한국어는 특히 어려워서 별도 과외를 받지 않는 이상 습득은 힘들 것 같은데, 이번에는 딱 두 단어만 외웠지만 내년엔 더 유창한 말을 구사해보겠다"고 말했다.  

첫 방문인 한국에 대한 인상도 전했다. 시비옹테크는 비가 내려 8강과 4강전을 20일 하루에 했던 일정을 의식한 듯 "날씨만 빼고는 모두 좋았다"며 웃었다. 이어 "서울에 있는 동안 좋은 시간을 보냈고, 한국에서 보고 싶은 것들이 많아 이를 위한 별도 시간을 미리 마련했다"면서 "대회 기간엔 불가했고, 앞으로 이틀 정도 서울에 더 머물며 도시를 구경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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