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가족과는 다르다. 따뜻하고 화목한 분위기 대신, 음침하고 서먹한 기운이 감도는 가족들이 등장한다.
미래를 보는 딸은 엄마를 기피하고, 최면을 거는 엄마는 가족을 끔찍이 아낀다. 이들 주변에는 늘 사건과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시련은 곧 전환점이 된다. 위기를 함께 극복한 가족은 조금씩 서로에게 다가서고 멀어졌던 가족의 끈은 다시 이어진다.
별종들이 모인 학교와 잔혹한 사건이 벌어지는 도시의 내용을 다룬 두 편의 시리즈를 조명한다.
괴물보다 무서운 인간의 존재들
새 학기를 맞아 네버모어 아카데미로 복귀한 웬즈데이 아담스(제나 오르테가)는 시즌1에서 학교를 구한 영웅으로 떠오르며 이전과 달리 학생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다.
그러던 중 웬즈데이는 자신을 따라다니는 외눈의 까마귀를 인식하고, 미래를 보는 능력으로 친구 이니드 싱클레어(에마 마이어스)의 이름이 새겨진 묘지를 보게 된다.
이어 검은 눈물을 흘리며 능력을 잃는 위기에 처하자, 엄마 모티시아(캐서린 제타존스)는 경고한다.
"영성을 혹사했다는 뜻이지"
이 가운데 동생 퍽슬리(아이작 오도네즈)는 우연히 슬러프(오웬 페인터)를 되살리며 또 다른 악연을 예고하고, 타일러(헌터 두한)가 활보하는 혼란 속에서 웬즈데이는 잃어버린 능력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 과정에서 로잘린 로트우드(레이디 가가)를 만나지만, 자신을 찾던 이니드와 몸이 뒤바뀌고야 만다.
극 중 '오마이갓'을 외치며 그룹 블랙핑크의 '붐바야'에 맞춰 춤을 추는 웬즈데이와 눈을 깜빡이지 않고 차갑게 변한 이니드의 낯선 모습이 대비를 이루며 눈길을 끈다.
곧 웬즈데이의 앞에 또 다른 미래가 펼쳐지면서 가족과 얽힌 사건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며 서로의 비밀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아담스가 죽어야 해. 여기서 문제는 누가 죽느냐지." -웬즈데이
'웬즈데이'는 팀 버튼 감독의 첫 시리즈 도전으로, 어릴 적 영향을 받은 소설가 에드거 앨런 포에 대한 헌사(오마주)가 작품 곳곳에 배어 있다.
극 중 웬즈데이의 검은 눈물은 특수 효과가 아닌 눈 화장 위에 눈물을 더한 연출이고, 눈을 깜빡이지 않은 설정은 제나 오르테가의 연기를 보고 팀 버튼 감독이 도입한 아이디어다. 오웬 페인터는 슬러프 분장을 위해 5시간가량 소요되는 과정을 거쳤다.
팀 버튼 감독은 "제 작품을 보면 괴물이 매력적이고 오히려 인간이 무서운 존재"라며 "모든 가족은 다 이상하다. 오히려 '평범'이 더 무서운 거 같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웬즈데이' 시즌2. 팀 버튼 감독 연출. 총 8부작.
한줄평: 누구든지 '별종'.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독특한 가족
한 가족이 한밤중 금수시로 이사온다.
과거 특수교육대대 출신인 엄마 한영수(배두나)와 아빠 백철희(류승범)는 딸 백지우(이수현)와 아들 백지훈(로몬)에게 이번만큼은 참고 조용히 살아야 한다고 거듭 당부한다.
가족은 댕냥꿍 동물병원을 열고 새 삶을 시작하지만, 곧 금수시 곳곳에서 벌어지는 악행을 목격하게 된다. 이를 지켜본 할아버지 백강성(백윤식)은 의미심장하게 말한다.
"어쩌면 우리는 여기서 구원을 찾을지도 모를 것 같은데"
결국 이들은 직접 나서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악당들을 응징한다.
"자, 지금부터 주목"
한영수는 학교 일진 조규태(배재영)를 비롯해 장노원(곽자형), 조해팔(유승목), 오길자(김국희) 등을 상대로 최면술을 펼치고 백철희는 한 손으로도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수준급의 격투 실력을 보여준다.
여기에 백지훈은 천재 해커로서의 능력을, 백지우는 각성으로 인한 전투력을 발휘하고, 백강성은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노련함을 선보인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며 이들은 서서히 진짜 가족으로 거듭난다. 동시에 한영수가 차려내는 밥상도 조금씩 달라지며 변화의 단면을 드러낸다.
가족의 숨겨진 비밀도 서서히 드러난다. 과거 특수교육대대를 탈출했을 당시 갓난아기였던 백지훈과 백지우를 데리고 도망쳤지만, 그 이후로 줄곧 감시를 받아왔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또 다른 사건의 시작을 예고한다.
이 작품은 10년 만에 세상에 공개됐다. 배두나도 작품 공개를 위해 1년 반가량 기다렸다고 한다.
김정민 작가는 작품을 쓰게 된 계기에 대해 "부모가 친자식을 밥도 안주고 묶어놓고 학대하다 결국 목숨까지 잃게 한 사건을 접하며 가족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싶었다"며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가족이 되기 위해 서로 애쓰면 그게 진짜 가족이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쿠팡플레이 시리즈 '가족계획'. 김선·김곡 연출. 총 6부작. 청소년관람불가.
한줄평: 피보다 진한 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