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는 강원 강릉에 최근 내린 잇단 '단비'로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상승하면서 강릉시가 그동안 저수조 용량 100톤 이상인 아파트 113개소를 대상으로 실시했던 시간제 제한 급수를 전면 해제했다.
강릉시는 19일 오후 아파트 제한 급수 관계자 간담회(3차)를 열고 "최근 내린 강우로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상승하고 이번 주말과 다음 주에도 비가 예보돼 있다"며 "그동안 추진한 시민 절수가 어느 정도 정착돼 절수 효과가 나타남에 따라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고자 아파트에 실시된 제한급수를 해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동안 오전 6시부터 9시,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하루 2차례, 각 3시간씩 물을 공급하던 아파트 제한 급수가 이날 오후 6시부터 해제된다. 다만 가구별 수도 계량기 75% 잠금 등 현재 시행하고 있는 절수 조치와 방침은 유지한다.
김홍규 시장은 "그간 시간제 제한 급수에 동참해주신 아파트 주민분들께 감사드리고 불편을 겪게 해드려 송구하다"며 "단비 끝에 현재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28%대로 증가세에 있지만, 여전히 평년 저수율에 비해 낮은 상황으로 가을·겨울철 가뭄을 대비한 시민들의 지속적인 물 절약 동참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주민들은 "이제 화장실 변기물 안받아도 되는 건가요", "단수 해제됐으니 파티라도 열여야 겠네", "이제 늦은 저녁에도 맘껏 씻을 수 있겠네요. 그동안 모두 너무 고생 많았습니다", "단수 해제 소식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물이 얼마나 소중한 지 온몸으로 느꼈다"며 시간제 단수 해제를 반겼다.
또한 지역 커뮤니티 등에는 "반가운 비가 또 오네요. 이번 주말에 제발 많은 비가 내려 완전히 해갈되길.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쭈욱 올라가 재난사태가 끝났으면 좋게네요" 등의 글들이 이어지며 가뭄 해갈을 기원하고 있다.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강릉지역 87%의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28.5%(평년 72.3%)를 기록해 전날 24.6% 보다 3.9%p 상승했다.
앞서 지난 12일 역대 최저치인 11.6%까지 떨어지면서 10%대 붕괴 위기에 직면했지만, 최근 잇따른 단비로 30% 가까이 저수율이 오르고 있다.
특히 지난 17~18일 오봉저수지 상류 쪽인 닭목재와 도마지역에 90mm 안팎의 '황금비'가 쏟아지면서 오봉저수지에 116만 톤 가량의 자연 유입과 남대천 하천수 5500톤, 운반급수 5700 등 117만여 톤이 유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강릉시 하루 물 사용량이 7만 톤 내외인 점을 고려하면 보름치도 넘는 양이 저수지에 공급된 셈이다.
강릉을 비롯한 동해안 지역에는 이날 오후부터 오는 21일 오전까지 20~60mm 가량의 비 예보가 있어 앞으로 저수율은 더 상승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가뭄으로 '재난사태'까지 선포된 강릉시가 오는 20일부터 평창 도암댐 도수관로 비상 방류수를 받는다.
강릉시와 한국수력원자력 등에 따르면 오는 20일 오후 1시쯤 도암댐 도수관로를 비상 방류해 하루 1만 톤을 물을 공급할 예정이다.
도암댐이 수문을 연 것은 무려 24년 만으로 비상 방류수는 남대천으로 흘러들어와 임시 취수장을 거쳐 홍제정수장으로 공급한다.
이와 관련해 시는 지난 18일 '도암댐 비상방류 수질검증위원회' 제2차 회의를 열고, 본 방류를 앞둔 수질검사 결과 및 향후 운영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강릉 가뭄 대처 도암댐 비상 방류에 따른 수질측정항목, 검사 주기 및 분석기관 등과 도수관로 용수 방류 시 상부 선택적 취수탑 개폐 여부 등의 안건에 대해서 토론했다. 또한 최근 수질검사에서 4등급 이하로 나온 용존산소의 경우 법을 위반하는 지, 방류수에 대한 모니터링 방법 등도 논의했다.
회의에는 환경부 업무관계자, 한국수자원공사(이하 한수원) 전문가 등이 배석해 비상 방류수는 정수처리를 통해 먹는 물 수질 기준을 만족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자문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는 상수원수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방류구에서 채취한 시료에 대해 총유기탄소, 총인 등 8개 기본 항목에 대해 매일 자체 검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또한 검사 결과에 따라 비상 방류수 정수장 이송 여부를 결정하고 수질검사 결과는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할 방침이다.
특히 비상 방류를 앞두고 도암댐 선택적 취수탑 개폐 여부는 취수탑을 닫고 도수관로 내의 용수만 방류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비상 상황임을 고려해 논의한 결과 취수탑을 개방해 자동적으로 도암댐 내 용수가 채워지는 방식으로 결정했다.
도암댐 방류구가 있는 강릉 남대천 상류에서는 굴착기와 덤프트럭 등이 동원돼 비상 방류 대비한 공사가 이날에도 진행 중이다.
강릉시 관계자는 "비상 방류수 수질에 대한 엄격한 감시를 통해 시민에게 공급되는 수돗물의 안전성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