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상대 작심 비판…박형준 시장이 배수진 친 까닭은?

정부의 동남권투자공사 설립 방침에 작심한 듯 비판 목소리
정치적·정책적으로 더 밀리면 안 된다는 위기감 작용한 듯

박형준 부산시장이 정부의 동남권투자공사 설립 방침을 비판했다. 부산시 제공

새 정부 출범 이후 부산과 관련한 정부 정책에 호흡을 맞춰오던 박형준 부산시장이 동남권투자공사 설립안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사실상의 배수진을 쳤다.  

지방선거를 8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정치적 존재감을 상기하는 것과 동시에 부산시가 추진해 온 핵심 정책이 희석되는 것에 대한 경계심으로 분석된다.

박형준 시장은 지난 1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부가 동남권투자은행 설립안을 동남권투자공사 설립으로 선회한 것에 대해 작심한 듯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박 시장은 한국산업은행을 고래에, 투자은행을 참치에, 투자공사를 멸치에 각각 빗대며 "정부가 고래와 멸치를 바꾸려고 한다"고 날을 세웠다.

박 시장은 앞서 지난 17일에도 SNS를 통해 "명백한 대통령 공약 파기"라고 반발하며 투자공사가 아닌 투자은행을 설립해야 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따졌다

새 정부 출범 이후 해양강국 중심도시를 부산의 새 어젠다로 제시한 정부의 관련 정책에 호응하던 박 시장의 이 같은 태도 변화는 정치적으로나 정책적으로 더 이상 밀리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 작동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실제, 박 시장은 최근 수 개월간 정부가 해양수산부 이전과 북극항로 개척 등을 앞세우며 시가 기존에 추진하던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과 한국산업은행 이전을 외면하는 것에 대해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대신, 해수부 이전과 관련한 시 차원의 지원정책 마련과 해양강국 중심도시 건설을 위한 자체 비전을 발표하는 등 정부 정책에 호응하는 자세를 취했다.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42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 사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 경쟁 상대로 지목되고 있는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은 정부의 부산 관련 정책 구상과 실행을 사실상 진두지휘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전 장관이 북극항로 개척 등 해수부 장관으로서의 역할과는 거리가 있는 동남권투자공사 설립안에 대해 대통령에게 의견을 전하고 지시를 받는 모습은 부산시민들에게 전 장관의 영향력을 각인했다.

박 시장 입장에서는 최대 경쟁 상대인 전 장관이 자신의 핵심 정책인 산업은행 이전을 희석시키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정치적으로나 정책적으로 더 이상 물러나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 작동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 정치권과 시청 안팎에서는 박 시장의 정부에 대한 비판이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는 의견이 많다. 지역 정치권의 한 인사는 "그동안 정부를 상대로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던 박 시장의 강경한 발언은 다소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지만, 할 말을 했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반면, 박 시장의 목소리에 대해 정부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거나, 되려 지역 정책에 악영향을 미칠 경우 박 시장이 선택한 배수진에서 고립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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