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의 자금을 개인 회사에 부당 지원하고 수천억 원 대의 횡령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전 회장이 2심에서 대폭 감형됐다.
1심에서는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구속됐지만 2심에서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김종호 부장판사)는 18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박 전 회장에게 1심과 동일하게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1심 재판부는 공정거래위반 혐의를 제외하고 공소사실 대부분에 유죄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비교적 형량이 높은 특경법상 횡령과 배임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면서 형량이 대폭 줄었다.
재판부는 횡령 혐의에 대해 피해자 회사들의 자금이 피고인 박 전 회장이 지배하는 금호기업의 금호산업 주식인수자금으로 사용됐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피고인들이 피해자 회사들의 자금을 '자기의 소유인 것처럼' 처분하려는 의사, 즉 불법영득의사를 갖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아시아나항공의 입장에서 볼 때 금호터미널 주식 매각가격의 결정 과정에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금호터미널 주식의 매각으로 인해 아시아나항공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박 전 회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임직원 3명도 1심에서는 각각 징역 3년과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됐는데 3명 중 2명에게는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1명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박 전 회장이 금호기업(현 금호고속)을 만든 뒤 그룹 지주사인 금호산업(현 금호건설)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법 행위를 한 것으로 보고 구속 기소했다.
특히 박 전 회장은 2015년 말, 금호터미널 등 계열사의 자금 3300억 원을 이용해 금호산업 주식을 인수하는데 쓴 것으로 조사됐다.
또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금호터미널 주식도 금호기업에 저가로 매각하고, 기타 계열사의 자금을 금호기업에 무담보 저리로 빌려준 혐의도 받는다.
지난 2022년 8월 선고된 1심에서는 검찰 구형과 같은 징역 10년이 선고됐는데 당시 재판부는 "개인 회사를 위해 계열사를 이용하는 것은 기업의 건전성과 투명성을 해치고, 경제 주체들의 정당한 이익을 해한다"라며 "손실을 다른 계열사에 전가하는 등 파급 효과가 매우 크다"라고 판시했다.
1심 선고 이후 구속된 박 전 회장은 이듬해 1월 2심 재판 과정에서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