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그저 사고였을 뿐'으로 부산을 찾은 세계적인 거장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고(故) 김지석 프로그래머를 향한 그리움을 전했다.
18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김지석 프로그래머가 살아계셨을 때, 이란 영화를 너무 좋아해 주셨다"며 "내가 출국 금지로 인해 이란을 떠날 수 없을 때도 김지석 프로그래머께서 나를 찾아와 주셨다"고 회상했다.
김지석 프로그래머는 부산국제영화제를 출범시킨 영화제의 역사 그 자체였던 인물이다. 영화에 대한 사랑과 해박한 지식 등으로 이름 높은 세계적인 아시아영화의 전문가이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17년 5월 제70회 칸영화제 참석 중 현지에서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이번엔 부국제에서 초청해 주셨을 때도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김지석 프로그래머였다"고 말했다. 감독은 '하얀풍선'(1995)으로 칸영화제 감독주간 황금카메라상을 받은 후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을 받아 방문했다. 그때부터 2017년까지 김지석 프로그래머와 인연을 다졌다.
파나히 감독은 "특히 김지석 프로그래머께서 2017년 칸영화제에 가기 전에도 이란에 오셔서 우리 집까지 방문했었다. 한국에서 다시 만나자고 이야기했는데, 칸에서 돌아가셔서 다시 뵐 수 없었다"며 "그래서 이번에 김지석 프로그래머를 내가 가서 뵈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 김지석 부집행위원장은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 출범의 주역 중 하나로 프로그래머로 22년간 영화제와 함께하며 재능있는 아시아 영화 감독을 발굴 지원하고 한국 영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중추적 업적을 쌓았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아시아영화의 성장과 새로운 신인 감독의 발굴과 지원에 헌신해온 故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의 정신과 뜻을 기억하기 위해 '지석상'(Kim Jiseok Award)을 신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