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한학자 3회 불출석, 방어권 넘어서…원칙대로 처리"

특검, 17일 한학자 총재 피의자 조사 진행
출석 요구 3회 불응한 뒤 임의로 자진출석
"원칙과 절차에 따라 처리" 강경 대응 시사
웰바이오텍 주가조작 구세현·이기훈 줄소환

불법 정치 자금 제공 혐의를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세 차례 소환에 불응한 뒤 17일 자진 출석한 통일교 한학자 총재에 대해 강제 수사로 전환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김형근 특검보는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조사는 피의자(한 총재)가 특검의 3회에 걸친 소환 통보에 불응하고 공범의 구속여부 결정을 지켜본 후 임의로 출석일자를 택해 특검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출석함으로써 이뤄졌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특검은 향후 이 사건을 법에 정해진 원칙과 절차에 따라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건희 특검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한 총재에 대해 정치자금법,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조사를 진행 중이다. 한 총재는 지난 8일, 11일, 15일 등 총 세 차례 특검의 출석 요구에 건강상의 이유로 불응한 끝에 이날 자진 출석했다.
 
통일교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특검은 한 총재가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의 구속 여부를 지켜본 뒤 임의로 출석 일정을 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세 차례 소환 요구에 불응하면서도 임의로 출석일을 택한 점을 고려할 때, 건강 악화를 이유로 조사를 피할 상황은 아니었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이날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등 강제수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검 관계자는 "특검은 모든 피의자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된 원칙에 따라 3회에 걸쳐서 충분한 시간을 주고 소환통보했음에도 (한 총재는) 직전에 일방적으로 출석 불응 의사를 밝히고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며 "저희가 생각할때는 보장된 피의자의 권리 넘어선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날 한 총재 조사에는 변호인 2명이 입회했으며, 특검은 50여 쪽 질문지를 준비했다. 오전 조사에서 전체 분량의 약 3분의 1을 진행했다고 한다. 한 총재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있다고 특검 측은 전했다.
 
가평 통일교 본부 천정궁. 가평=박종민 기자

특검은 통일교가 윤석열 정부를 상대로 한 각종 청탁에 한 총재가 관여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검은 조사에서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씨가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씨에 샤넬 가방과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을 교부한 배경에 한 총재의 지시와 승인이 있었는지 등을 캐물을 전망이다.
 
또 특검은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 윤씨가 전 한 총재의 지시 하에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건넸다고 보고 있다. 특검은 윤씨의 공소장에서 권 의원이 통일교 정책을 국정 과제로 반영해주는 대가로 통일교 신도들을 당시 윤석열 후보 지원에 동원하겠다는 약속과 현금 1억 원을 윤씨로부터 받았다고 적시했다.
 
또한 한 총재는 같은 해 2~3월 권 의원에게 금품이 담긴 쇼핑백을 건넸다는 의혹도 받는다. 더불어 특검은 윤씨가 한 총재의 해외 원장 도박에 대한 경찰의 수사 정보를 권 의원으로부터 제공받고, 통일교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증거를 은멸하려 했다는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다.
 
한편 특검은 웰바이오텍 주가 조작 의혹과 관련해 오는 18일 오전 10시 구세현 전 웰바이오텍 대표, 오는 19일 오전 10시 이기훈 웰바이오텍 회장 겸 삼부토건 부회장을 차례로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앞서 특검은 지난 15일에는 사건 관련 사채업자의 사무실과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웰바이오텍은 주가조작 의혹으로 특검의 수사를 받고 있는 삼부토건의 최측근 관계사로 꼽힌다. 지난 2023년 5월 삼부토건은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에 참여하며 주가가 급등했는데, 웰바이오텍도 당시 함께 '우크라이나 재건주'로 묶여 수혜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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