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문경아시아소프트테니스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경북 문경시 국제소프트테니스장. 아시아 최강을 가리는 이번 대회에 누구보다 애타게 경기를 지켜보는 이가 있다.
바로 '소프트테니스 여왕'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문혜경(28)이다. 지난 2019년 중국 타이저우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혼합 복식 금메달을 따낸 문혜경은 2023년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대표팀에 유일한 금메달(단식)을 안겼다. 문혜경은 지난해 경기도 안성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혼합 복식 2연패를 이루고 화려하게 현역에서 은퇴했다. 현재 소속팀이었던 NH농협은행에서 은행원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문혜경은 이민선 등 소속팀 후배를 응원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특히 오빠인 문대용(32·문경시청)에 힘을 실어주려고 한다.
문대용은 대회가 열리는 문경 출신으로 문혜경과 함께 소프트테니스를 시작해 현재도 고향팀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동안 꾸준히 국내 대회에서 성적을 올렸지만 동생과 달리 국제 대회와는 인연이 별로 없었다. 2017년 동생과 동반 태극 마크를 달긴 했지만 세계선수권이나 아시안게임 등 메이저 대회가 열리는 해가 아니었다.
그러다 안성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린 지난해 문대용은 동생과 다시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꿈에 그리던 국제 메이저 대회 출전을 눈앞에 뒀다. 그러나 눈 부상으로 아쉽게 대표팀에서 빠져야 했다.
문혜경은 "나도 울고, 오빠도 엄청 울었다"고 지난해를 회상했다. 문대용도 "지난해 정말 준비를 많이 했는데 세계선수권에 나서지 못해 너무 아쉬웠다"고 털어놨다.
이번 대회는 메이저급은 아니지만 한국과 일본, 대만 등 세계 3강이 모두 출전한다. 또 내년과 내후년 메이저 대회를 앞둔 전초전 격이라 동기 부여는 충분하다. 문대용은 "이번 대회를 통해 내년 아이치·나고야아시안게임과 2027년 문경세계선수권까지 기세를 이어가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일단 문대용은 16일 남자 단식에서는 아쉽게 16강전에서 대만의 오츠홍에 1 대 4로 졌다. 그러나 박상민(문경시청)과 함께 남자 복식에 출전해 메달에 도전한다. 최영하 군산대 감독 등 지도자들은 "문대용은 성실하게 선수 생활을 하면서 꾸준히 상위 클래스로 활약했다"면서 "늦었지만 이제 국가대표로 빛을 볼 때가 왔다"고 입을 모은다.
문혜경은 "문대용이 살짝 동생의 명성에 가려진 것 같다"는 말에 "소프트테니스 여왕의 오빠가 아니라 문경의 아들"이라고 오빠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이어 "오빠가 이번 대회에서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기대에 찬 눈빛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