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전산학부 이재길 교수 연구팀이 군중 밀집 상황을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군중이 모이는 양상은 단순히 인원수 증감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같은 인원이라도 어디서 유입되고 어느 방향으로 빠져나가는지에 따라 위험 수준이 달라진다.
이재길 교수팀은 이런 움직임을 '시간에 따라 변하는 그래프'라는 개념으로 표현했다. 특정 지역에 몇 명이 있는지와 지역 간 인구 흐름이 어떤지를 동시에 분석해야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다.
지금까지의 대부분 연구는 '현재 몇 명이 모여있나?' 혹은 '어느 경로로 사람들이 몰려가고 있나?'에만 집중했다.
연구팀은 두 가지를 결합해야만 진짜 위험 신호를 잡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정 골목 A의 밀집도가 급증하는 현상은 단순히 '현재 인원'만으로는 예측하기 어렵다. 인근 지역 B에서 계속해서 A 방향으로 인파가 몰려오는 흐름을 함께 보면, '곧 A 지역이 위험하다'는 신호를 미리 포착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바이모달 학습' 방식을 개발했다. 이는 인구수와 인구 흐름을 동시에 고려하면서, 어느 지역끼리 연결돼 있는지와 시간적 변화를 함께 학습하는 기술이다.
특히 3차원 대조 학습 기법을 도입했다. 2차원 공간 정보뿐만 아니라 시간 정보를 더해 모두 3차원 관계성을 학습했다. 인공지능이 단순히 '지금 인구가 많은지, 적은지'가 아니라 '시간에 따라 어떤 패턴으로 밀집이 진행하고 있는지'를 읽어낸다. 이를 통해 기존보다 훨씬 더 정확하게 혼잡 발생 장소와 시점을 예측할 수 있다.
연구팀은 서울·부산·대구 지하철과 뉴욕 교통 데이터, 한국·뉴욕의 코로나19 확진자 수 등 실세계 데이터를 직접 수집·가공해 연구용 데이터셋 6종을 구축하고 공개했다.
제안 기술을 검증한 결과, 기존 최신 방법 대비 최대 76.1% 높은 예측 정확도를 기록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입증했다.
이재길 교수는 "사회적 파급력을 낼 수 있는 기술 개발이 중요하다"며 "이번 기술이 대형 행사 인파 관리, 도심 교통 혼잡 완화, 감염병 확산 억제 등 일상 속 안전을 지키는 데 크게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