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 사건을 맡은 재판부가 특검법 제정 취지를 반영해 신속한 재판을 진행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를 위해 오는 30일 진행되는 첫 공판기일에 한 전 총리가 계엄 포고문을 확인하는 장면 등이 담긴 폐쇄회로(CC)TV를 증거조사 하기로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16일 내란 우두머리 방조와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공용 서류 손상,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위증 혐의로 기소된 한 전 총리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본격적인 재판에 앞서 피고인과 검찰 측의 입장을 확인하고 입증 계획을 논의하는 절차로 피고인의 출석 의무는 없다. 이날 한 전 총리는 재판에 참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다음 달부터는 매주 월요일 주 1회 재판을 진행하겠다며 재판정이 추가로 확보될 경우 공판 횟수를 늘릴 수 있다는 입장도 나타냈다.
재판부는 "특검법에 각종 신속 재판 규정이 있고 국회에서 특별법을 정한 건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재판부도 거기에 맞춰서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가 변호인을 교체하려 한다는 변호인의 설명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되 재판이 지연돼서는 안 된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날 특검은 오는 30일 첫 공판에서 대통령실 CCTV에 대한 증거조사를 진행하고 싶다고 요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수용했다.
이에 따라 1차 공판기일에는 특검의 공소 사실 요지 진술과 함께 군사기밀인 대통령실 CCTV에 대한 증거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해당 CCTV에는 한 전 총리가 국무회의 장소에 놓여 있던 계엄 문건과 대국민 담화문 등 종이를 챙겨 나오는 장면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해당 CCTV가 군사기밀인 대통령실 내부에서 촬영된 만큼 영상 재생은 비공개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한 전 총리가 윤 전 대통령의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돕기 위해 지시사항을 확인하고 여당 원내대표를 통해 국회 상황을 파악해 내란 행위를 방조했다고 보고 있다. 또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이 계속 유지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 소집을 지연했다는 의혹도 공소장에 담았다.
특히 사후적으로 계엄의 하자를 치유하기 위해 계엄선포 문건 작성에 가담한 혐의도 있다.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수사기관의 수사가 본격화되자 한 전 총리는 강의구 전 부속실장에게 전화해 "사후에 문서를 만들었다는 것이 알려지면 또 다른 논쟁을 낳을 수 있으니, 내가 서명한 것을 없었던 것으로 하자"고 말하면서 문건의 폐기를 요청했다. 이에 강 전 실장은 윤 전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사무실에 보관돼있던 문건을 세단기에 넣어 파쇄하기도 했다.
특검은 지난달 29일 한 전 총리를 내란우두머리 방조, 위증,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공용서류손상,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에 앞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지난달 27일 "법적 평가는 다툴 여지가 있다"며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