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지난해 총선 당시 5선 도전 공식화 직후 대규모 청년 행사에서 축사를 한 것을 두고 여러 뒷말이 나온다. 해당 행사는 대관료만 수천만원에 이르고 수천명의 청년이 참석했지만 주최한 것으로 알려진 단체의 실체가 불분명해서다.
16일 CBS노컷뉴스 취재와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실 등에 따르면, 권 의원은 지난해 1월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K-PEACE 페스티벌'에 참석해 축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권 의원은 행사 사흘 전인 1월 5일 자신의 지역구인 강릉에서 의정보고회를 열고 5선 도전을 공식화했다.
당시 행사에는 권 의원 외에도 국내 거대 금융그룹 회장이 연사로 나섰고, 유명 래퍼가 공연을 했다. 행사 식순을 보면 이 밖에도 △국악 공연 △한반도 평화 관련 강연 등이 진행됐다. 당시 관람료는 무료였는데 8천명에 이르는 청년이 참여했다는 전언도 있다. 군악대와 100여명의 경호 인력까지 동원된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이 행사를 주최한 A단체가 수천명의 청년이 운집하고 여러 유명 인사를 동원할 수 있는 단체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와서다. 국체성 공익법인공시시스템 등을 보면 A 단체가 지난 2020년 신고한 자체 자산은 수십만원 뿐이다. 최근 수년 동안 아예 신고내역 자체가 없다. 등기부등본상 주소에는 실제 사무실이나 근무하는 직원도 없었다. 단체 대표 B씨는 현재 서울의 한 자치구 산하 재단의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취재진은 B씨에 연락해 행사 경위 등을 물었지만 답하지 않았다.
해당 콘서트에 관중으로 초대됐던 한 인사는 "통상적으로 대형 기획사나 유명 아이돌 정도가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콘서트를 진행하는데, 해당 콘서트는 그런 느낌은 아니었다"며 "처음 보는 단체에서 주최한 행사였고, 많은 청년들이 어디서 왔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행사는 대관료만 3519만원으로 확인됐다. 관람료 무료로 행사가 진행됐고 후원사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것을 고려하면 A 단체의 배후나 진행 자금의 출처에 물음표가 붙는다. A단체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권 의원의 참석 사실을 묻자 "정치인을 싫어한다"며 답을 피하다 결국 "행사에 왔다간 것은 사실이 맞는다"라고 인정했다. 다만 이후 추가 질의에는 입을 열지 않았다.
행사 슬로건도 의문점을 더하는 지점 중 하나다. 이 행사 슬로건 'Grow Together, Shine Forever'는 그해 1월 19일부터 강릉에서 열린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의 슬로건과 정확히 일치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유스올림픽 리셉션 행사에 참석해 직접 이 슬로건을 외치기도 했다. 당시 행사에는 조희대 대법원장,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등 5부 요인과 김진태 강원도지사, 권 의원 등이 참석했다. 권 의원은 그해 2월 강릉에 단수 공천됐고 국회의원에 당선돼 강릉에서만 내리 5선에 성공했다.
정치권에선 이런 석연치 않은 지점들이 권 의원에 대한 특검의 수사와 맞물려 뒷말처럼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당시 행사가 종교 단체의 지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권 의원 입장을 듣기 위해 취재진은 수 차례에 걸쳐 연락을 취했지만 끝내 닿지 않았다.
권 의원은 이날 구속 기로에 선다.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부터 권 의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 권 의원은 지난 2022년 1월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씨로부터 1억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같은 해 2~3월 한학자 총재로부터 금품이 들어 있는 쇼핑백을 받은 의혹도 받는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권 의원의 신병을 확보하고 권 의원에 혐의에 대해 추가 수사를 통해 혐의를 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