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위기의 대한민국, 익숙한 것과의 결별 필요하다"

"기후 위기·기술 경쟁·사회적 격차는 우리 앞에 놓인 과제"
"국가주도성장, 선진국 추진 전략 등 과거 성공 경험이 이젠 발목"
"일제 침략, 바뀌는 세상에서 변하지 않고 안주하다 맞은 비극"
"경제개발, 민주화, 12·3내란 극복은 국민 스스로 일군 성과"
"인구·산업·국방 집중된 경기도 변화는 대한민국 변화로"

김동연 경기지사가 15일 경기 의정부시 신한대학교 의정부캠퍼스에서 열린 대학생과의 강연에 나선 모습. 경기도 제공

김동연 경기지사가 대변혁기에 접어든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옛 성공방식 등 익숙한 것들과 결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15일 신한대학교 의정부캠퍼스에서 열린 강연 자리에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바뀌는 것과 내 의지대로 바꾸는 것 사이에서 우리의 삶은 물론 나라의 운명이 결정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바뀌는 세상, 바꾸는 세상"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한 김 지사는 신한대 학생들에게 청년의 삶과 국가의 운명 사이의 공통점을 끌어내면서 자신의 국가경제관에 대한 생각을 드러냈다. 그는 1983년 당시 총무처(행정안전부)와 경제기획원(기획재정부) 사무관으로 임용된 이후 기획재정부 2차관, 국무조정실장, 사회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경제관료 출신 정치인이다.
 

"일제 침략, 바뀌는 세상에서 변하지 않고 안주하다 맞은 비극"


김 지사는 11세 아버지를 여읜 뒤 판자촌을 전전하며 보낸 청소년기와 만학도·야간대학을 거쳐 행정고시에 합격한 것, 30여년 경제관료를 벗어나 정치인으로 변모한 자신의 인생사를 소개하며 "청소년기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익숙한 것(아버지)과 결별하면서 견디는 시기였다면 공무원이 된 뒤에는 내 스스로 익숙한 것(타성)과 결별하면서 발전을 할 수 있었던 시기"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1700년대부터 1900년대까지 유럽이 산업혁명과 해외 진출을 모색할 때, 조선은 세도정치(조선 후기 소수의 가문이 권력을 독점적으로 행사한 정치 형태)와 척화비 등 기존 익숙한 질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일본강점기를 겪어야 했던 사례를 들며 "바뀌는 세상을 인정하지 않고 익숙한 것에 안주하다가 맞은 비극"이라고 설명했다.
 

"경제개발, 민주화, 12·3내란 극복은 국민 스스로 일군 성과"


반면 1960~1970년대 대한민국의 경제 체제가 농업 위주에서 공업 위주로 변환한 것과 1980년대의 민주화운동, 지난해 12·3 내란사태 극복 등은 바뀌는 세상에서 국민들이 스스로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발전을 이룬 좋은 사례라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해당 사례를 자신의 인생사에 빗대 "공무원으로 임용된 이후 학업에 대한 열망이 있었고 운 좋게 미국 유학도 할 수 있었지만 어느 순간 이런 공부에 대한 회의를 느꼈다"며 "박사 학위가 무엇을 가져다 주는지 확답할 수 없었고 나아가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다시 돌아보면서 성공을 추구하던 삶의 자세가 변화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 시절 6개월 만에 국무조정실장에서 사임한 것, 12·3내란 사태 당시 행정안전부가 도청 봉쇄령을 내렸지만 이를 거부하고 맞선 것 등도 그의 바뀐 삶의 자세가 만들어낸 결과라고 덧붙였다.
 
그는 "사실 12·3 내란사태 당시 반대 의견을 내면서 군인들에게 붙잡히거나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불법 계엄이 성공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으로 맞섰다"고 말했다.
 
김동연 경기지사가 15일 경기 의정부시 신한대학교 의정부캠퍼스에서 열린 대학생과의 강연에 나선 모습. 경기도 제공

"기후 위기·기술 경쟁·사회적 격차는 우리 앞에 놓인 과제"


김 지사는 개인의 삶이 주도적이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때때로 기존의 성공방식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국가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현재를 대변혁기라고 정의한 김 지사는 현재 대한민국도 기후 위기, 기술 경쟁, 사회적 격차라는 3가지 위기와 변화를 맞이할 때라고 설명했다.
 
김 지사는 "몇 주 전 경기도 가평에는 집중호우로 물난리가 났지만 강원도 강릉은 역대급 가뭄으로 식수마저 위협을 받았다"며 "기후위기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우리 코앞에 닥친 위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윤석열 정부는 각종 기후 위기 대응 정책의 70% 이상을 뒤로 미루면서 국제사회에서 '기후 위기 악당국'을 자처했다"며 "OECD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퇴보한 것도 대한민국이 유일했다"고 비판했다.
 
김 지사는 기술 경쟁에 대해서는 "AI(인공지능)을 필두로 한 반도체, 바이오 산업 등을 중심으로 한 기술변화를 두고 어느 국가가 앞으로 치고 나가느냐가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시대"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회적 격차에 대해서도 "사회적 계층의 삶의 격차가 어린이, 학생, 노인, 장애인 등 간의 격차로 나타나고 있다"며 "사회적 돌봄, 일과 삶의 균형 등이 시대적 화두"라고 정의했다.
 

"국가주도성장, 선진국 추진 전략 등 과거 성공 경험이 이젠 발목"


김 지사는 "대변혁기 기후 위기, 전 지구적 기술 격차, 사회적 격차 등 변화의 소용돌이가 빠르게 우리의 삶을 위험스럽게 만들고 있다"며 "여기에 미국의 관세정책과 보호무역주의, 패권주의 등의 높은 파도가 대한민국이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보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주도성장, 선진국 추격 전략, 지속가능하지 않는 양적 성장 등 과거의 성공 경험이 대한민국의 구조적 변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연 경기지사가 15일 경기 의정부시 신한대학교 의정부캠퍼스에서 열린 대학생과의 강연에 나선 모습. 주영민 기자

"인구·산업·국방 집중된 경기도 변화는 대한민국 변화로"


김 지사는 북한 접경지역, 해안 입지, 국방력 절반 이상의 집중, 국내 반도체 부가가치의 85% 집중, 바이오 산업 50% 이상 집중, 전체 인구의 28% 집중 등 경기도의 특성을 나열하면서 "경기도의 변화는 대한민국의 변화를 앞당길 수 있다"며 "세계 최초로 전 도민의 기후보험 가입, 오는 11월 기후위성 발사, 360도 돌봄, 주 4.5일제 시범 도입, 전국 최대 규모의 AI클러스터 조성 등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한대 학생들에게도 "국가뿐만 아니라 청년들도 인생의 삶의 중요한 기로에서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며 "이 땅의 젊은이들이 더욱 사회에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고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도 했다.
 
이날 김 지사의 강연은 경기도의 '민생경제 현장투어' 네 번째 공식 일정으로 의정부시를 방문하면서 이뤄졌다. 김 지사는 이날 신한대 강연을 비롯해 경기권 통일플러스센터 개관식, 경기북부 중심 고속화도로 현장 방문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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