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유입'에 갯벌된 포구…어선 '휘청휘청' 사고 우려[영상]

'원인 미상' 모래 유입에 수심 얕아지며 포구 바닥 드러나
정박 어선 기울어 '위태'…굵은 밧줄 여러 개로 고정
행정 지원 한계…어민 "근본적인 원인 분석 필요" 주장

지난 4일 오후 살펴본 제주시 현사포구에서 어선이 모래 위에 위태롭게 정박해 있다. 이창준 기자

"모든 어민이 불안하지 않겠어요? 지금도 밧줄로 고정시키고 있잖아요."

지난 4일 오후 제주시 현사포구에서 만난 70대 어민 양 모 씨는 정박한 어선이 한쪽으로 심하게 기운 모습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취재진에게 이같이 말했다. 원인 모를 모래 유입으로 훤히 드러난 포구 바닥 탓에 배가 전복될까봐 어민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모래 유입에 얕아진 수심…정박 어선들 '휘청'

현사포구는 제주시 이호테우해수욕장 바로 옆에 있는 작은 포구로 조업용 어선 10여 척이 드나드는 곳이다. 관광 낚싯배 등 레저용 어선들이 주로 정박해 있다.

취재진이 이날 현장을 둘러보니 정박한 어선들은 물에 떠있는 게 아니라 모래 바닥에 비스듬히 박혀 있다. 해류를 타고 들어온 모래가 포구 안에 가득 쌓여 수심이 얕아지며 바닥이 드러난 것이다. 어민들은 혹여나 배가 기울까 밧줄로 고정시킨 상태다.

포구 전반에 유입된 모래가 쌓였다 굳기를 반복하면서 갯벌처럼 질퍽한 퇴적층이 만들어졌다. 소형 어선은 비교적 가벼워 바닥에 닿아도 중심을 유지해 안정적인 편이다. 반면 큰 어선은 수심이 이미 모래로 얕아져 있는데 여기에 강풍이라도 불면 전도될 위험이 크다.

현사포구로 유입된 모래들이 오랫동안 쌓이면서 포구가 갯벌처럼 변했다. 독자 제공

한 어민은 "오늘 간조 수심이 70~80㎝인데도 바닥이 훤히 드러났다. 물이 더 빠지는 날은 어떻겠나. 수심이 30㎝ 밑으로 가면 바로 배가 기운다"고 토로했다.

관광 낚싯배를 운영하는 김정구 씨는 "미리 전화하고 오는 낚시 관광객들이 많지만 배가 포구 바닥에 박혀 나가질 못하니깐 영업을 못하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안전문제뿐만 아니라 어민 생계에도 지장이 생기고 있다"고 했다.

원인 복합적…준설 예산 막대해 대응 한계

모래 유입이 심한 곳은 현사포구뿐만이 아니다. 제주시에 따르면 제주시 구좌읍 월정포구의 모래 유입도 심각한 상황이다. 다른 항·포구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종종 발생한다. 지형과 해류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뚜렷한 원인은 모른다. 제주시는 사실상 모래를 퍼내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입장이다.

현사포구에 정박한 어선이 크게 기운 모습. 독자 제공

문제는 예산이다. 항·포구 한 곳의 모래를 퍼내고 퇴적물을 매립하는 데만 1억여 원이 든다. 제주시는 지난해와 올해 사업비를 확보하지 못해 단 한 곳도 안전조치를 하지 못했다. 내년에는 항·포구 정비사업 예산 15억 원을 신청하고 이 사업에 모래 퍼내기 작업도 포함해 추진할 계획이다.

제주시 관계자는 "모래 퇴적 때문에 좌초나 침수가 발생했다는 민원을 받긴 했지만 인과관계가 명확하진 않다. 어민들의 부주의가 원인일 수도 있다"며 "다만 준설 예산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어민들은 모래를 퍼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복되는 현상의 본질적인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 씨는 "준설을 한다 해도 해봐야 한 달 뒤면 다시 모래가 쌓이게 된다. 근본적인 원인과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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