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모닝쇼' 시리즈로 프라임타임 에미상 후보를 비롯해 '패스트 라이브즈'를 통해 골든 블로드 시상식 등 주요 영화상 후보에 오르는 등 연기력을 입증한 한국계 미국 배우 그레타 리가 블록버스터 '트론: 아레스'의 주연으로 할리우드에서 그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그레타 리는 "이건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며 자신을 비롯한 한국계 배우들의 활약을 예고했다.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로 제81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영화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세계적인 입지를 다진 한국계 배우 그레타 리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트론: 아레스'(감독 요아킴 뢰닝)를 통해 내한했다.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그레타 리는 "아무리 다양한 상상을 해봐도 '트론: 아레스' 같은 할리우드 영화로 한국에 올 수 있다는 걸 상상해 본 적 없다"며 "프레스 투어를 한국에서 시작할 수 있다고 들었을 때 당연히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거부할 수 있겠나"라며 소감을 전했다.
20여 년간 브로드웨이와 TV 시리즈, 영화 등을 오가며 꾸준하게 연기 경력을 쌓아 온 한국계 배우 그레타 리는 '하이 메인터넌스' '뉴 걸' 등 다양한 드라마 속 개성 있는 조연을 통해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여왔다.
특히 넷플릭스 시리즈 '러시아 인형처럼'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더 모닝쇼' 시리즈로 프라임타임 에미상 후보와 SAG 앙상블상 후보에 오르면서 그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로 전 세계 평단과 관객들을 사로잡으며 골든 글로브 시상식,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등 주요 영화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는 등 주연 배우로서 도약했다.
'트론: 아레스'에서 그레타 리는 딜린저 시스템의 가장 큰 경쟁사인 IT 회사 엔컴의 대표이사 이브 킴 역을 연기했다. 무엇보다 할리우드 영화 산업의 정점에 선 대형 영화사의 핵심인 블록버스터 영화에 당당하게 주연으로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서 뜻깊다.
그레타 리는 "몇 십 년간 연기를 해오면서 할리우드에서 정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는 걸 목격했다"며 "이러한 영화에 이런 캐릭터를 최초로 맡았다는 건 이제 막 시작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그 의미를 짚었다.
이어 "많은 희망이 느껴지고, 설레기도 한다. 수많은 배우, 창작자에게 많은 기회가 열릴 수 있는 시발점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걸 결코 당연히 여기지 않고 내가 하는 모든 창작활동을 하면서 마음에 새기려 한다"고 덧붙였다.
그레타 리는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바쁜 배우 중 한 명이다.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를 비롯해 이번 '트론: 아레스'까지 규모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하고 있다.
그레타 리는 자신이 지금의 자리에 있기까지 중심에는 '사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한국인, 한국계 미국인, 여성이기도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넘어 '사람'에 집중했다"며 "내가 하는 모든 영화, 모든 캐릭터와 무관하게 늘 인간성, 사람 자체에 집중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인간으로서 캐릭터를 어떻게 하면 관객들과 공감할 수 있을까에 집중했다"며 "그런 노력이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오게 해준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 지점이 내가 하는 배우라는 일과 영화의 궁극적 목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영화는 모두를 위한 것이다. 그렇기에 실질적인 사람, 인간성에 집중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트론: 아레스' 속 그가 연기한 이브 킴 역시 이러한 맥락의 연장선에 있다. 그는 "이브 킴은 너무나 뛰어나고 분석적이고 똑똑하지만 동시에 평범한 사람"이라며 "영화에서 평범한 사람이 비범한 상황에 놓임으로써 상황에 의해 초인과 같은 힘을 발휘하는 이야기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할리우드에서는 그레타 리를 비롯해 '케이팝 데몬 헌터스' 매기 강 감독, '패스트 라이브즈' 셀린 송 감독, '미나리'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 배우 대니얼 대 김, 산드라 오, 스티븐 연 등 한국계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그레타 리는 "한국인은 우리가 세계 최고라는 걸 오래전부터 알았는데, 세계가 이제야 알았다"며 "한국 문화가 큰 사랑 받는 걸 볼 때 기쁠 뿐 아니라 내가 확신했던 걸 인정받는 느낌"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이게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고 생각해 몹시 설렌다"며 "세상이 (한국 문화와 관련해) 얼마나 대단한 걸 더 볼 수 있을지 아직 모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는 지난 1982년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한 실험적인 영화 '트론'을 제작하며 새로운 장르의 시작을 열었다. 이후 2010년 '트론: 새로운 시작'을 부활한 '트론' 시리즈는 '트론: 아레스'를 통해 다시 한번 도약을 예고했다.
'트론: 아레스'는 '말레피센트 2'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등 디즈니 대표 블록버스터 시리즈를 연출한 요아킴 뢰닝 감독이 맡았다. 여기에 '파이트 클럽' '아메리칸 싸이코' '레퀴엠'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오스카와 골든글로브 등을 휩쓴 자레드 레토, '엑스맨' '아이 엠 우먼' '겟 썸' 시리즈 등을 통해 믿고 보는 배우로 거듭난 에반 피터스와 질리언 앤더슨, 제프 브리지스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합류했다.
그레타 리는 "1982년 '트론'이 처음 나왔을 때 아카데미 특수효과 부문에서 탈락했다. 당시에는 특수효과에 컴퓨터를 사용하는 게 편법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한다"며 "그런 말만 생각해도 우리 영화가 얼마나 시대를 앞서갔는지 그 의미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루빨리 관객들이 이전 '트론'과 비교해 '트론: 아레스'가 어떤 혁신적인 기술 발전을 이뤘는지 보면 좋겠다. 요아킴 뢰닝 감독과 제프 크로넨웨스 촬영감독이 '트론'의 유산을 이으면서도 개선된 모습을 보여줬다"며 "일상에서 마주하는 주제인 AI에 관해서도 만날 수 있고, 감독이 만든 화면이 놀랍게도 아름답다. 꼭 큰 화면으로 보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트론: 아레스'는 가상 세계에서 현실 세계로 넘어온 고도 지능 AI 병기 아레스의 등장으로 시작되는 통제 불가의 위기를 그린 압도적 비주얼 액션 블록버스터로, 오는 10월 8일 국내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