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우원식 국회의장이 12·3 계엄의 밤 당시 계엄 해제 표결 상황을 두고 페이스북을 통해 설전을 벌였다.
한 전 대표가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본회의장에 도착할 때까지 표결을 미루고 기다린 것 아닌가"라고 지적하자, 우 의장은 "아직도 이유를 모르나"라며 "국회의원을 안 해봐서 그런 것"이라고 받아쳤다.
14일 우 의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한동훈 대표! 아직도 모르나. 계엄 해제를 위한 회의 개회를 내가 왜 1시까지 기다린지를?"이라며 "국회의원을 안 해봐서 그러나?"라고 적었다.
전날 한 전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뜬금없이 특검과 편먹고 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민주당에 묻는다"며 "우 의장은 그날 계엄 해제 정족수가 찼음에도 왜 바로 표결을 진행 안 한 것인지"라고 적은 것에 대한 답변이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본회의장에서 저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우 의장에게 수차례 즉각 표결을 강력히 요구했다"며 "숲에 숨어있던 이재명 당시 대표가 본회의장에 도착할 때까지 표결을 미루고 기다린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 도착 후 즉시 표결을 진행했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우 의장은 "국회의장이 개회시간을 정하는 건 혼자 하는 게 아니다. 교섭단체 대표들과 협의를 해야한다"며 "그날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 등과 협의를 통해 최종 결정한 개회 시간이 새벽 1시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이재명 대표가 회의장에 들어올 때까지 기다린 것 같이 이야기해서 좀 들으라고 '교섭단체 대표들과 협의한 시간이 1시'라고 여러 차례 이야기했는데, 또 그런 소리를 하나"라며 "협의한 시간이 새벽 1시인데 특별한 사정 변경 없이 정족수가 찼다고 의장이 마구 시간을 변경하면 절차 위반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을 다뤘던 분이 이런 걸 모른다는 게 이해는 안 되지만 이제부터라도 알길 바란다"며 "알고도 그러는 거면 명예를 훼손하기 위함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다만 우 의장은 이후 '국회의원을 안 해봐서 그러나'라는 문장은 삭제했다.
우 의장의 반박에 대해 한 전 대표는 추가로 글을 올려 재반박에 나섰다.
한 전 대표는 "우 의장께서 계엄 해제 표결 지연에 대해 비판한 저에게 '국회의원을 안 해봐서 그러나'라고 하셨다. 평소 우 의장님 인품을 생각하면 국민들 보시기에 참 실망스러운 말씀"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그날, 그곳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는 계엄 해제 표결을 막기 위해 중무장 특수부대 계엄군 병력이 본회의장 문 앞까지 도달해 본회의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었다. 체포조도 활동하고 있었다"며 "국민들은 1분 1초라도 빨리 계엄이 해제되길 바라며 가슴 졸이고 계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천신만고 끝에 계엄 해제 표결을 위한 정족수가 찼음에도 국회의장이 수십 분간 표결을 진행 안 했다"라며 "저는 그런 상황에서의 표결 지연이 납득되지 않았고, 거기 모인 의원들 대부분 그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 김성원, 한지아 의원 등이 우 의장에게 즉시 표결하라고 항의했고, 민주당 의원들도 고성을 지르며 즉시 표결하려고 격렬히 항의했던 것이 고스란히 당시 영상에 남아 있다"며 "그분들은 국회의원 안 해봐서 그랬던 것인가. 그런 상황에서 무엇이 옳은지 판단하는데 국회의원 해보고 안 해보고는 필요하지 않다"고 비꼬았다.
아울러 "추 원내대표와의 협의를 표결 지연 이유로 말씀하시는데, 추 원내대표는 본회의장에 표결하러 들어오지 않겠다는 입장인데 어떻게 추 원내대표 핑계가 표결 지연의 합당한 이유가 될 수 있겠나"라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표결하러 온 당 대표인 저와 그곳에 있던 국민의힘 의원들은 추 원내대표와 의장님 간 그런 논의가 있는지조차 몰랐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