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316명이 구금 사태 8일만에 고국땅을 밟았다.
12일 오후 3시 23분 우리 근로자들과 외국 국적자 14명(중국 10명, 일본 3명, 인도네시아 1명) 등 330명의 근로자를 태운 대한항공 전세기가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 착륙했다. 전날 오전 11시 38분께 미 애틀랜타에서 이륙한 지 약 15시간 만이다.
이들을 마중하기 위해 공항으로 나간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최선을 다해서 노력했지만 더 빨리 고국으로 모시지 못해 송구하다"고 밝혔다. 강 비서실장은 이날 공항에서 비행기에서 내리는 국민들을 맞이하며 환영했다.
그는 "우리 국민 306명과 14명 외국인 여러분께 정말 고생 많으셨다는 말씀을 직접 드리고 싶어서 나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 비서실장은 "정부는 내 가족, 내 친구에 벌어진 일을 해결한다는 자세로 구금 국민을 한시라도 빠르게 모시기 위해 총력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하루 노심초사하고 잠 못 자며 소식 기다린 가족들과 한마음으로 지켜봐 준 국민 여러분께서 불안한 마음을 달래고 푹 쉬실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복귀하신 분들 일상생활에서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심리치료 지원방안도 관심을 갖고 살펴보겠다"고 했다.
강 비서실장은 "미국과의 업무는 끝났다고 생각할 때가 새로운 시작"이라며 "트럼프가 언급한 새로운 비자를 만드는 방안을 포함해 미국 비자 발급 체류자격 시스템 개선을 향후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구금됐던 우리 국민들의 건강에 대해 "이동 중이나 비행기에서는 비상상황이 없고 제가 보기에는 굉장히 건강해 보였다"고 설명했다.
구금된 한국인 중에는 임산부 1명이 포함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이 임산부는 퍼스트 클래스로 모셔서 심리적 안정에 최선을 다했다는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현지에 남아있는 1명의 국민에 대해서는 "개인 변호사를 통해 보석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부에서 영사조력을 통해 마지막까지 신경쓰겠다"고 부연했다.
구금됐던 국민들은 입국장에서 이동 중 귀국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집에 오니까 좋습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입국장으로 들어선 국민들을 향해 박수가 터져 나왔고, 일부는 손을 들어 인사하거나 박수로 화답하기도 했다.
대기 장소에 앞서 1층에서 기다리던 한 여성이 남편을 반기며 "여보!"라고 외치며 포옹하자 주변에서 환호하기도 했다. 일부는 감격한 듯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입국장 내에는 시민단체 활빈단이 "트럼프는 사과하라"고 외쳤고 무장한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과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한 풍자 사진도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