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안에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자살률 1위의 오명을 극복하겠다."
이재명 대통령이 연이어 자살 문제를 거론하는 가운데, 정부가 '2025 국가자살예방전략'을 확정했다. 목표는 2024년 28.3명인 자살률(인구 10만 명당)을 2034년까지 17명 이하로 40%가량 낮추는 것이다. 이는 OECD 2위 리투아니아(17.1명)를 제치겠다는 의미다.
역대 정부 "자살률 1위 탈피" 공언했지만
한국은 2003년부터 OECD 국가 중 자살률 압도적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역대 정부는 앞다투어 "자살률 1위 오명을 벗자"는 목표를 내걸었다.
노무현 정부는 2010년까지 자살률 18.2명 달성을 목표로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처음 도입했다. 이명박 정부는 자살예방법 제정, 지하철 스크린도어 설치, 고독성 농약 단계적 감축을 추진하며 2013년까지 20명을 제시했다. 박근혜 정부는 자살예방 게이트키퍼 양성 확대를 내세우며 목표 달성을 2020년까지로 미뤘다.
문재인 정부는 보건복지부 내 자살예방정책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7만명을 대상으로 자살 원인을 분석하는 등 정책을 강화했다. 당시 2016년 자살률 25.6명을 2022년까지 17명으로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윤석열 정부도 자살자 급증지역 집중 관리, 온라인 자살유발정보 24시간 모니터링 등을 실시하며 2027년까지 18.2명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2024년 자살률은 오히려 28.3명으로 치솟으며 OECD 1위라는 불명예를 이어갔다. 이재명 대통령도 취임 직후 "우리나라 자살률이 참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높다"며 전담기구 설치를 지시한 바 있다.
과거 대책 연장선 수준…복지부, "실행 방식 따라 결과 달라"
이재명 정부가 이번 전략으로 자살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새로 내놓은 국가자살예방전략 역시 과거 정부 대책의 연장선에서 일부를 확대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고위험군 집중 관리, 자살시도자 치료비 지원 확대, 자살유족 원스톱 지원 확대, 상담전화 확충 등은 이미 이전 정부들이 추진해온 과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전혀 새로운 대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기존 과제라도 지자체와 중앙부처의 의지와 실행 방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과도한 목표 설정"…일본 10명 줄이는데 20년 걸려
정부는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자살예방센터 인력 확충, 유족 지원 확대, 위기대응센터 추가 설치 등을 추진하며 관련 예산도 올해 562억 원에서 내년 708억 원으로 약 20% 늘릴 계획이다.하지만 목표치에 비해 정책의 실효성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의 경우 총리 직속 자살대책추진본부를 설치하고 20여 년에 걸친 꾸준한 정책 집행 끝에 자살률을 10명 가까이 낮췄다. 1999년 25.5명이던 일본의 자살률은 2021년에야 15.6명으로 줄었다.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전 서울시 자살예방센터장)는 "마음만 앞선 과도한 목표를 세운 것 같다"며 "자살률을 40% 줄이겠다고 하면서 예산은 20%만 늘리는 식으로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이상림 책임연구원도 "자살 문제를 너무 미시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청년 고립 등 위험군을 사회적 관계망 안에서 관리하는 거시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