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억원 상당의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두고 하이브와 소송을 벌이고 있는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11일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촉발된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갈등 이후 벌어진 법적 분쟁에서 민 전 대표가 직접 법정에 출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남인수 부장판사)는 11일 하이브가 민 전 대표를 상대로 낸 주주간계약 해지 확인 소송과 민 전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낸 주식매매대금 청구 소송의 변론기일을 열었다.
하이브 측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정진수 CLO(최고법률책임자)는 민 전 대표가 주주 간 계약 변경을 통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려 했다고 주장했다. 또 하이브의 또 다른 걸그룹인 아일릿의 표절·음반 사재기 의혹 등을 제기했다고 덧붙였다.
정 CLO는 뉴진스 멤버들이 어도어에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막후에는 민희진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 전 대표가 일본에서 투자자를 만났다는 제보도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뉴진스의 전속계약 가처분 소송이 펜딩(미정·계류)됐던 상황이었는데, (민 전 대표 측이) '100% 뉴진스가 이긴다'는 법무법인 세종의 의견서를 일본어로 번역해 투자자에게 보여준 자료를 (제보자가) 보여줬다"고 했다.
아울러 정 CLO는 민 전 대표가 업무상 배임 혐의와 관련해 경찰에서 불송치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해선 "검찰이 보완수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 전 대표는 발언 기회를 얻어 전면 반박했다.
아일릿의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제 개인 주장 이전에 모든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이 이야기했다"며 "티저 사진이 나오자마자 '이거 뉴진스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투자자 접촉설에 대해선 "풍문으로만 있고, 실제로 접촉 내용이나 이런 자료가 없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하이브 측이 공개한 자신과 이상우 전 어도어 부대표 간 카카오톡 대화와 관련해선 "대화한 내용 전부를 제출해달라. 허구의 소설"이라며 "거의 막장드라마다. 저를 축출하겠다고 각을 잡고, 스토리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재판 과정에선 양측의 날 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이브 측은 "반대신문에서는 증인이 답변한 내용에 대해 반박이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 민 전 대표는 그냥 본인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이게 기자회견이냐"고 지적했다. 민 전 대표는 정 CLO를 향해 "거짓말", "오늘 위증을 많이 하신다"고 맞받았다.
재판부는 오는 11월 27일 민 전 대표에 대한 당사자신문을 추가로 진행하고, 12월 18일 변론을 종결하기로 했다. 선고는 내년 1월말께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민 전 대표는 지난해 11월 하이브에 풋옵션 행사를 통보한 바 있다. 계약에 따르면 민 전 대표는 풋옵션 행사 시 어도어의 직전 2개년도 평균 영업이익에 13배를 곱한 값에서 자신이 보유한 어도어 지분율의 75%만큼의 액수를 하이브로부터 받을 수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풋옵션 산정 기준 연도는 2022~2023년이고, 이 기간 어도어의 영입이익은 2022년 -40억원(영업손실 40억원), 2023년 335억원이다.
작년 4월 공개된 어도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민 전 대표는 어도어 주식 57만3160주(18%)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민 전 대표가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약 26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하이브는 지난해 7월 주주 간 계약을 해지함에 따라 민 전 대표의 풋옵션 권리도 소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