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윔블던 女王 오는데…' 쩍쩍 갈라진 코트는 또 땜질, 코리아 오픈은 악조건에도 일단 개최

올해 윔블던 여자 단식 챔피언 이가 시비옹테크. 연합뉴스

올해 윔블던 단식 우승자 등 전세계 여자 테니스 강자들의 대결이 국내에서 펼쳐진다.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코리아 오픈이다.

지난 2004년 창설된 코리아 오픈이 1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개막해 21일까지 열전에 들어간다. 지난해 WTA 250등급에서 500등급 대회로 승격돼 올해 총상금은 106만4510 달러로 책정됐다.

500등급 대회로 올라간 만큼 톱 랭커들이 출전한다. 올해 윔블던을 제패해 통산 6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을 이룬 이가 시비옹테크(2위·폴란드)와 2021년 US오픈 우승으로 혜성처럼 나타난 에마 라두카누(34위·영국) 등이다. 지난해는 아쉽게 방한하지 못했던 시비옹테크는 오는 13일 입국할 예정이다.

다만 올해 윔블던과 US 오픈 준우승자 어맨다 아니시모바(4위·미국)는 부상으로 불참한다. 코리아 오픈 대회 조직위원회는 전날 "아니시모바가 발목 부상으로 올해 대회에 나오지 못하게 됐다"고 전했다. 아니시모바는 지난해 코리아 오픈에 나섰지만 16강에서 탈락한 바 있다.

그러나 쟁쟁한 선수들이 적잖다. 지난해 윔블던 챔피언 바르보라 크레이치코바(40위·체코), 2020년 호주 오픈 소피아 케닌(31위·미국) 등 그랜드 슬래머들은 물론 에카테리나 알렉산드로바(11위·러시아), 클라라 타우손(12위·덴마크), 다리야 카사트키나(16위·호주), 디아나 슈나이더(19위·러시아) 등 세계 20위 안의 강호들이 출전한다.

카사트키나는 지난해 준우승의 아쉬움을 씻기 위해 올해를 벼르고 있다. 지난해 코리아오픈 결승에서 카사트키나는 베아트리스 아다드 마이아(27위·브라질)에 1 대 2로 졌다.

올해 호주 오픈, 윔블던 복식 우승자도 나선다. 복식 세계 랭킹 2위 카테리나 시니아코바(체코)는 2021년 도쿄올림픽 여자 복식, 지난해 파리올림픽 혼합 복식 금메달을 따낸 최정상급 선수다.

올림픽공원 테니스장 코트 상태. 코리아 오픈 조직위원회

하지만 이런 세계적인 선수들의 출전에 미치지 못하는 시설에 대한 지적은 여전하다. 대회 경기장인 올림픽공원 테니스장은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을 위해 지어졌지만 40년 동안 전면 개보수가 이뤄지지 않아 노후한 시설 그대로다.

코트 바닥도 정상적인 경기를 치르기 쉽지 않은 상태다. 대회 조직위에 따르면 올해는 전체 코트의 절반에 대해서 관리 주체인 국민체육진흥공단(이사장 하형주)이 예산을 5000만 원만 배정해 1회 탑 코팅이 이뤄졌을 뿐이다.

이에 코리아 오픈 조직위와 대한테니스협회가 강력히 항의해 추가 코팅이 추진된다고 하지만 실행될지 여부는 미지수라는 설명이다. 2023년에는 조직위가 자체 비용으로 코트 보강 공사를 진행해 대관료 7000만 원 중 6500만 원에 대해 감면을 받았다.

고장난 올림픽공원 테니스장 전광판. 대회 조직위

그러나 올해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 올해 공단 측은 코트 대관료와 부스 사용료 등으로 2억8000만 원을 조직위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설은 노후화한 채 그대로인데 대관료를 4배 가까이 인상한 셈이다.

이에 공단 측은 규정에 따라 관람객 편의와 업체 홍보 부스 설치에 따른 사용료 2억 원을 추가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조직위 측은 "경기장 안의 사무실 공간도 대부분 임대를 주는 바람에 정작 대회 운영을 할 공간이 없다"면서 "결국 지출하지 않아도 될 돈을 들여 외부에 텐트를 치고, 컨테이너 박스를 임대할 수밖에 없는데 중국이나 일본과 비교하면 너무나 볼썽사나운 모습"이라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불어닥친 테니스 열풍으로 국내 팬들의 눈높이도 달라진 게 사실이다. 세계적인 선수들을 직접 볼 수 있는 코리아 오픈은 테니스 팬들에게 1년에 1번뿐인 소중한 기회다.

그러나 공단이 개선 의지에 소극적이고, 조직위는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는 가운데 노후화한 시설이 그대로인 경기장은 세계적인 선수들의 퍼포먼스와 극명하게 대비될 가능성이 높다. 이진수 대회 토너먼트 디렉터는 "코트는 7면만 임시방편으로 코팅만 했다"면서 "사무실도 없고, 세팅도 되지 않은 최악의 상황에서 대회를 치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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