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카타르 도하에 머물고 있던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하마스 지도부를 겨냥해 공습을 단행하면서 양국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예히엘 레이터 주미 이스라엘 대사는 "하마스 지도부가 이번 공격에서 살아남았더라도 다음 번에는 반드시 제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전날 하마스 고위 인사들의 도하 주거지를 폭격했으며, 하마스는 수석 협상가 칼릴 알하이야의 아들을 포함한 대원 5명이 숨졌지만 최고 지도부는 무사하다고 주장했다.
레이터 대사는 "테러리스트들이 어디에 있든 추적해 우리를 파괴하려는 자들을 제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마스 지도부는 수년간 도하에 거점을 두고 활동해 왔으며, 이스라엘은 오래전부터 해외 거주 지도부를 제거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이번 공습을 거듭 정당화했다. 그는 하마스를 9·11 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에 비유하며 "미국이 빈 라덴을 사살했듯 이스라엘도 하마스 지도부를 제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영상 성명에서 "카타르를 비롯해 테러리스트를 숨겨주는 국가는 추방하거나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직접 처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카타르는 강력히 반발했다.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는 CNN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도하 공습을 "국제 테러"라고 규정하며 "분노를 표현할 길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국제형사재판소(ICC)로부터 체포영장이 발부된 네타냐후 총리를 겨냥해 "모든 국제법을 어긴 인물"이라며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직격했다.
도하 공습은 국제사회의 역풍을 불러왔다. 인접 아랍국들이 일제히 카타르와 연대에 나선 데다, 유럽과 유엔까지 가세해 비판 여론이 확산된 것이다.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정상들이 잇따라 카타르를 방문해 지지를 표명했고, 프랑스·영국·독일 등 유럽 주요국도 "용납할 수 없다"는 공동 입장을 내놨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역시 "카타르의 주권을 침해한 행위"라며 이스라엘을 공개적으로 규탄했다.
가자지구 종전을 중재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곤란한 상황에 놓인 모습이다. 앞서 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카타르 공습은 현명하지 못했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전하기도 했다. 하마스 지도부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암살 시도가 미국의 주요 동맹국이자 휴전 협상 중재국인 카타르에서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 인해 가자지구 휴전 협상은 더욱 불투명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알사니 총리는 "하마스에 억류된 이스라엘 인질들의 가족들이 카타르의 중재에 기대고 있었지만, 네타냐후 총리가 모든 희망을 무너뜨렸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