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갑준 부산 사하구청장이 1심에서 직위상실에 해당하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김주관 부장판사)는 11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갑준 부산 사하구청장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구청장은 지난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공무원 신분으로 그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 구청장은 지난해 22대 총선을 앞두고 지역 관변단체 전 임원 A씨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어 "자신과 같은 고향인 국민의힘 이성권 예비후보를 잘 챙겨달라"며 지지를 부탁했다.
이 구청장 측은 사실관계와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 위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지위를 이용해 지지를 부탁한 것이 아니라 사적인 관계에서 한 말"이라며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혐의는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구청장이 공무원 신분으로 선거운동을 한 것과 동시에 구청장으로서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했다는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구청장은 사하구청장으로서 민간단체 보조금의 예산 편성과 특정감사 등 업무를 총괄하는 지위에 있다"며 "A씨가 임원으로 활동한 단체는 사하구청으로부터 보조금을 지급 받기 때문에 이 구청장과의 통화 후 A씨는 압박감을 느끼고 거절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또 통화에서 이 구청장이 A씨 개인이 아닌 단체의 지지를 요청하고, 서로를 구청장과 관변단체 임원으로 대하고 있어 개인적 친분에 따라 사적인 관계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구청장으로서 선거의 공정성을 도모하고, 소속 공무원들이 정치적 중립성을 준수하도록 해야 할 지방자치단체장의 지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 지위를 이용해 같은 당 후보의 선거운동을 해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해당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엄충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부정선거운동죄로 징역 혹은 벌금 100만 원 이상을 선고 받은 자는 5년 간 지방공무원에 취임하거나 임용될 수 없고, 이미 취임 혹은 임용된 사람은 그 직에서 퇴직된다.
이날 선고 직후 이 구청장은 항소 의사를 밝혔다. 이갑준 사하구청장은 "재판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다. 재판부의 판단은 존중하지만 항소는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하 주민들에게 송구스럽다. 남은 기간 주민들을 위해 최선의 행정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