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바둑을 대표하는 현역 남·녀 국수(國手) 간 맞대결이 펼쳐진다. 대결 주인공은 신진서(25) 9단과 최정(22) 9단. 이들은 '바둑 황제(皇帝)', '바둑 여제(女帝)'로 불리는 등 명실상부한 바둑계 간판 스타들이다.
11일 한국기원에 따르면 '신 9단 vs 최 9단 빅 매치(3번기)'는 내달 19~21일 사흘간 열린다. 1국은 19일 무창포 타워에서, 2국은 20일 개화예술공원에서, 3국은 21일 죽도 상화원에서 각각 개최된다. 한 명 국수가 세트 스코어 2-0을 가져가도, 3국까지 경기를 진행한다.
총 상금(대국료) 규모는 9000만 원이다. 매 대국 승자에게 2000만 원, 패자에게 1000만 원의 상금이 지급된다. 이에 따라 승자는 최대 6000만 원의 상금을 가져갈 수 있다.
대한민국 남·녀 최고수들간 대결이지만, 사실상 신 9단의 승리가 예측되는 상황이다. 다만 바둑의 특성상 대반전의 결과가 펼쳐질 수 있다는 점이 관전 포인트다.
신 9단은 바둑 세계 1인자로 '바둑 황제'란 수식이 따라 붙는다. 당연히 대한민국 프로기사 랭킹 1위(랭킹 점수 1만 418)에 올라있다. 69개월째 정상을 지키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바둑 대통령'으로 불리기도 한다.
최 9단은 대한민국 프로기사 여자랭킹 2위에 올라있다. 현재 1위인 김은지 9단과는 번갈아 가며 여자랭킹 정상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남·녀를 합친 통합 랭킹에서는 33위(랭킹 점수 9476)를 기록하면서 신 9단(1위) 보다 한참 아래에 자리한다.
최 9단은 신 9단과 맞대결에서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다. 두 명 국수의 이번 대결은 3년만이다. 지난 2022년 삼성화재배 월드바둑 마스터스 결승에 맞붙는 등 그동안 6번 대결했으나 6번 모두 신 9단이 승리했다.
두 명 국수 모두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국가대표로 출전한 바 있다. 신 9단은 남자 단체전 금메달, 개인전 동메달을 획득했고, 최 9단은 여자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한국이 획득한 바둑 종목 메달 모두 신 9단과 최 9단이 일궈낸 셈이다.
이번 대결이 보령에서 펼쳐지는 점도 최 9단에게는 심적 안정을 준다. 보령은 그의 고향인데다, 초등학교를 이곳에서 다녔다. 최정은 "(고향) 보령의 아름다운 자연경관 속에서 신 9단과 멋진 승부를 펼치게 돼 기쁘고 기대가 된다"며 "최선을 다해 후회 없는 승부를 펼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신 9단은 "아름다운 도시 보령에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좋은 기운을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며 "최 9단과는 삼성화재배 이후로 오랜만에 만나는데 재미있는 승부가 될 것 같다"며 랭킹 1위 다운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충남 방문의 해를 맞아 보령시와 함께 빅 매치를 기획했다. 최 9단의 반전 드라마가 펼쳐질지, 신 9단의 연승이 이어질지 결과가 주목된다"며 "이번 매치는 보령의 관광 명소를 순회하며 경기를 치르는 등 바둑과 문화·관광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신 9단 vs 최 9단 빅 매치'는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하고 충청남도와 보령시가 후원한다. 제한 시간은 시간 누적(피셔) 방식으로 각자 30분에 추가시간 1분이 주어진다. 경기는 바둑TV와 유튜브, 네이버 스포츠 등을 통해 국내·외에 생중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