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국회 잇단 경고에도…TOD 성능개선 경찰은 '모르쇠'

해무 때 무용지물…감사원 "성능 검증 부실" 경고
국회도 3차례 지적…제주경찰청 "문제없다" 큰소리
개선없이 '나 몰라라'…결국 해안선 뚫리며 허점 드러나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해안가에서 발견된 밀입국 고무보트. 연합뉴스

최근 보트를 이용한 중국인들의 제주 밀입국 당시 무용지물이었던 열영상감시장비(TOD) 부실 문제가 이미 수년 전 감사원과 국회에서 잇따라 지적됐지만 개선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 4년 전 이미 "성능 검증 부실" 경고

10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감사원은 2021년 3월 제주경찰청의 '지능형 해안경계시스템 구축사업'을 감사하고 TOD 문제 2가지를 적발했다.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경찰청은 2019년 9월 해당 사업을 추진하면서 TOD 성능 검증 부실 등 의혹을 받아 감사를 받았다. 제주청은 2023년 의무경찰 전면 폐지에 따라 해안 경계를 강화하기 위해 지능형 해안경계시스템 구축사업을 추진했다.

TOD 설명자료. 감사원 제공

감사 결과 실제 2가지 문제가 확인돼 각각 '통보'와 '주의' 조치가 이뤄졌다.

우선 제주경찰청은 TOD 성능 검증을 맑은 날씨 조건에서만 했다. 업체 역시 시정 5㎞ 미만에선 검증하지 않았다. 즉 해무 발생 시 탐지 성능을 알 수 없는 것이다. TOD는 가시광선이 아니라 적외선을 감지하는 장비라서 해무가 끼면 적외선 신호 감쇠가 커 성능을 저하시킨다.

이에 감사원은 해안 감시에 허점이 생길 수 있다며 해무 등 저시정 상황에서 성능을 확인하고 감시 사각지대 최소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또 제주경찰청은 TOD에 선박 정보를 실시간 표시하도록 제안했지만 이를 누락해 계약을 체결했다. 감사원은 관제요원이 별도로 선박 정보를 확인해야 하는 비효율이 발생했다며 '주의' 조치했다.

국회도 3차례나 지적…제주경찰청 "문제없다" 큰소리

국회 역시 수년간 TOD의 성능, 특히 해무 발생 시 정상 작동 여부를 문제 삼았다. 하지만 제주경찰청은 "문제없다", "조치 중"이라는 답변만 반복했다.

2024년 10월 제주경찰청을 상대로 열린 국회 행안위 국정감사 회의록. 국회 회의록 캡처

2022년 10월 제주경찰청을 상대로 열린 제21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형석 의원은 "TOD 성능을 확인하지 않았다. 해무 발생 시 기능을 못하고,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도 누락됐다"며 "어떤 조치를 했고 현재는 어떤 상황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틀 뒤 경찰청을 상대로 열린 국감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의원은 "열영상감시장치로 제주 해안을 잘 감시한다고 해서 제주청에 가봤더니 고장이 잦다. 장비반도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이상률 제주경찰청장은 "성능 미달 제품 납품, 성능 검증 부실 문제는 특별한 법규 위반은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다만 280건에 달하는 잦은 고장이 발견돼 보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똑같은 지적이 2년 뒤에도 되풀이됐다. 보완을 약속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

2024년 10월 제주경찰청을 상대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모경종 의원은 "해무나 안개가 낄 때 작동을 잘 하냐"고 의구심을 표했다. 이에 김수영 제주경찰청장은 "기상 상황에 따라 조금 차이는 있지만 작동이 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모경종 의원은 다시 "TOD는 안개가 끼면 작동이 불능이라 할 정도로 성능이 떨어지는데 그에 대한 보완책은 있냐"고 재차 물었고, 김 청장은 "감사원이 지적해서 시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경찰은 개선을 미뤘고 결국 이번 밀입국 사태로 국회의원들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제주경찰청 관계자는 국회의원 지적 이후 개선이 이뤄졌는지에 대해선 "정확한 상황을 파악해 보겠다"고 하면서도 "이동식 TOD를 취약시간대에 적극 활용하고 예상 침투로에 고정 관찰요원을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제주 해안가에서 발견된 밀입국 고무보트. 독자 제공

앞서 지난 8일 오전 7시 56분쯤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해녀탈의장 인근 해안가에 '미확인 보트가 떠 있다'는 주민 신고가 접수됐다. 해당 보트는 90마력 선외기가 장착된 고무보트다.

경찰은 이후 고무보트를 타고 온 중국인 6명 중 3명을 검거했고 나머지 3명을 추적 중이다. 이들은 브로커에게 수백만 원을 주고 불법 취업 목적으로 밀입국했다.

이들은 지난 7일 오후 중국 장쑤성 난퉁시에서 고무보트를 타고 출발해 8일 새벽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해안에 도착했다. 난퉁시에서 용수리까지 직선으로 460㎞에 달하는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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