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민 전 검사가 김건희씨에게 전달한 이우환 화백 그림을 두고 위작 논란이 일면서, 특검의 셈법도 복잡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검사의 뇌물액 산정 기준을 어떻게 정하는지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져서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은 지난 7월 김씨 친오빠 김진우씨 장모 집에서 이 화백의 그림 '점으로부터 No.900298'을 압수했다. 문제는 특검의 의뢰를 받은 한국화랑협회와 한국미술풀감정센터 두 곳의 진품 감정 결과가 정반대로 나왔다는 것이다. 협회는 위작, 센터는 진품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이 그림이 2022년 6월 대만 경매업체에서 3천만원에 낙찰된 뒤 국내에 반입됐고, 인사동 화랑 등 여러 경로를 거쳐 김 전 검사가 2023년 1억4천만원에 최종 구입했다고 특정했다.
협회 측은 이런 유통 과정에서 그림 가격이 과도하게 오른 것을 위작 판단의 주된 근거로 제시했다고 한다. 그림 속 이 화백의 서명이나 안료 등 재료가 다른 작품과 다른 것처럼 보이는 점도 짚었다. 반면 진품감정서를 발급한 센터는 유통 과정에서 가격이 폭증한 것이 위증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작품이 진품이 아닌 위조품일 경우 특검은 여러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한다. 다만 법조계에선 가품이라도 청탁 및 대가성에 대한 인식이 확인된다면 뇌물 혐의 성립에는 큰 무리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서초동의 한 검찰출신 변호사는 "그림이 가품이라도 뇌물죄 법리 구성에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준 쪽과 받은 쪽이 서로 얼마정도 가치라고 인식했는지가 중요하다. 양쪽 다 억대 금품으로 인식했는지 수사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는 "김씨와 김 전 검사가 그림을 진품이라고 여기고 주고받았다면 청탁과 대가성 등 혐의가 성립할 것"이라고 했다.
위작 여부가 향후 공소제기와 재판 과정에서 화두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뇌물 가액이 1억원을 넘으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돼 형량이 '10년 이상 징역 또는 무기징역'으로 크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금품 가치가 애매할 경우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책정하기는 쉽지 않다"라며 "가품의 실질 가격을 책정한다면 현실적으로 특가법상 뇌물죄 적용은 어렵다. 김건희씨 쪽에서도 '그림이 가품이라 별 가치가 없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김씨는 앞선 특검 조사에서 "이 화백 그림은 위작이 많다"라며 해당 그림이 위작일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특검은 김 전 검사가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김씨에게 그림을 건넨 것으로 의심한다. 당시 김 전 검사는 경남 창원 의창 지역구 공천 경선에서 컷오프됐지만 이후 국가정보원장 법률특보로 영전했다. 특검은 김 전 검사가 공천 탈락 후에도 국정원 특보로 임명된 것에 주목한다.
김 전 검사는 김건희씨 오빠로부터 돈을 받고 대신 그림을 사줬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김 전 검사는 전날 특검 출석 전 기자들과 만나 "특검을 통해 유출되는 수사 관련 정보들이 많은 오해와 억측에 기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