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이 고무보트를 타고 제주 해안에 밀입국한 가운데 당시 관할 당국의 해상 경계가 완전히 뚫린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의 열영상감시장비(TOD)도, 해경 순찰도 무용지물이었다.
9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지난 8일 새벽 중국인이 고무보트를 타고 몰래 내린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해녀탈의장 인근에는 제주경찰청 해안경비단이 운영하는 TOD 3대가 있다.
TOD는 열(적외선)을 감지해서 영상으로 보여주는 무인화 장비다. 적외선을 감지하기 때문에 특히 어두운 곳에 있는 생물의 위치와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다. 전방지역이나 해안선 주요 감시기지에 배치돼 감시 업무에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인들이 밀입국할 당시 해무가 짙게 끼며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TOD 3대가 무력화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제주 해안선 경계와 순찰, 작전은 제주경찰청 해안경비단이 맡고 있다. 경찰은 2023년 의무경찰 폐지 이후 도 전역에 있던 해안경계초소 대부분을 없앴다. 그 대신 예산 246억 원을 들여 TOD 45대를 설치했지만 이번에 중국인 밀입국을 막지 못했다. 도내 오름 7곳에 설치된 레이더 역시 소형보트는 감지 못했다.
앞서 2021년 감사원은 제주 해역 기상 여건상 'TOD 영상 화질 저하'와 '감시 사각지대 발생' 가능성을 지적한 바 있다. 경찰은 이후 별다른 개선책을 마련하지 않았고 해무 탓에 경계가 뚫렸다.
해경의 순찰 공백도 노출됐다. 중국인들이 밀입국한 구역 순찰은 해경 한림파출소가 담당한다. 30여 명 인력이 주간 야간 당직 3팀으로 나눠 순찰하는데 고무보트를 발견하지 못했다. 해무처럼 해양사고 우려가 클 경우 순찰을 강화해야 하는데도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해경 관계자는 "광범위한 경계 구역 탓에 순찰에 어려움이 있다"며 "현재 경비와 수사 등 관련 부서들이 해안 경비 강화 대책을 마련하려고 고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제주청 해안경비단 관계자도 "258㎞에 달하는 제주 해안선을 24시간 장비로만 감시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해명하면서 "체계적인 경계를 위해선 장비와 인력 보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8일 오전 7시 56분쯤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해녀탈의장 인근 해안가에 '미확인 보트가 떠 있다'는 주민 신고가 접수됐다. 해당 보트는 90마력 선외기가 장착된 고무보트다.
경찰은 이후 고무보트를 타고 온 중국인 6명 중 1명을 긴급체포했으며 나머지 5명에 대해서는 추적하고 있다. 이들은 브로커에게 수백만 원을 주고 불법취업 목적으로 밀입국했다.
이들은 지난 7일 오후 중국 장쑤성 난퉁시에서 고무보트를 타고 출발해 8일 새벽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해안에 도착했다. 난퉁시에서 용수리까지 직선으로 460㎞에 달하는 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