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정서 커지고 日이시바는 사퇴…한미일 결속 약화?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일본과 미국을 차례로 방문하며 한미일 관계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았지만, 미국 이민 당국의 한국인 무더기 체포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사퇴로 한미,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 등은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서배나에 위치한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배터리회사) 건설 현장에서 대대적인 불법체류자 단속을 벌였다. 이로 인해 475명이 체포됐고 이 중 한국인은 300여명이 넘어 충격을 안겼다.

적발된 한국인 노동자들이 벽에 기대어 팔을 높이 들고 머리를 기대 서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공개됐다. 이들이 구금된 시설이 정부 감사에서 지적을 받을 정도로 열악하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1기부터 지속된 미국의 자국 이기주의 기조 속에서, 특히 최근 관세 협상이 타결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은 우리 국민들에게 피로감과 실망을 안기기 충분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8일 '정부의 한미동맹 기조에도 이런 문제가 발생한 데 대해 대통령실의 입장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국민이 가진 불편한 감정이나 불안함, 불만 등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서 "편치않은 감정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도 "대처에 미비한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라"고 지시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이번 사건이 한미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질문에 "우리는 한국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면서 한미 외교 관계로 불똥이 튀는 것은 차단하겠다는 의도를 보였다.

다만 미국내 반이민 정서가 확산하고 있고 비자, 이민 단속을 강화해 나가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언제 또 이런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직 관세 협상이나 동맹 현대화 같은 고차원적 외교 현안이 잔존해 있는 상황에서 한국인 구금이라는 사건이 더해지면서 우리 정부의 대미 외교는 한단계 더 난이도를 더하게 됐다.

일본을 방문해 함께 협력 기조를 강조한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결국 사퇴를 표명하면서 이 대통령의 대일 외교에도 변수가 생겼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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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와 만나 회담을 갖고 17년만의 '공동언론발표문'을 발표했다. 이 발표문에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으로 알려진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이 언급되며 양국 관계가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갈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한일관계에 있어 온건한 성향으로 분류됐던 이시바 총리의 사퇴 표명과 함께 이 대통령의 대일외교도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이 커졌다. 차기 총리로 거론되는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과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한일관계에 있어 강경파로 분류된다.

이시바 총리와의 협력과 신뢰를 통해 미래지향적 관계를 강조했던 이 대통령으로서는 국내의 반대 여론에 더해 한일관계에 대한 일본의 기조 변화에도 다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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