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이 계몽령? 참사는 사고?…은폐된 언어 '더블스피크'

윌리엄 러츠 '더블스피크'

교양인 제공

언어가 어떻게 진실을 감추고 권력을 포장하는 무기가 되는지를 파헤친 고전적 저작, 윌리엄 러츠의 '더블스피크'가 국내 처음으로 번역·출간됐다.

'더블스피크(doublespeak)'란 사실을 은폐하거나 왜곡하고 심지어 정반대로 뒤집는 언어를 뜻한다. 군사 작전의 민간인 희생을 '부수적 피해'라 부르고, 정리해고를 '희망퇴직'으로 포장하는 식이다. 러츠는 수십 년간 정치 연설, 정부 문서, 기업 광고, 언론 보도에 스며든 이러한 언어를 추적하며, 그것이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대중의 사고를 마비시키는 치밀한 전략임을 고발한다.

1989년 초판 출간 이후 '더블스피크'는 언어와 권력의 관계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한국어판은 2015년 개정판을 저본으로 삼았다. 책은 은폐된 말과 가려진 의미를 걷어내며,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온 언어가 어떻게 민주주의를 약화시키는지 보여준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등장한 '계엄령'을 '계몽령'이라 부르는 표현, 주 69시간 노동을 '근로시간 유연화'로 포장한 사례, 이태원 참사를 '사고'라 축소한 용례 등은 더블스피크가 지금도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러츠는 "언어의 목적은 진실을 전달하는 것"이라며, 명료하고 정직한 언어 없이는 시민이 제대로 된 선택을 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출판사는 "'더블스피크'는 가짜 뉴스와 탈진실 시대에 권력의 언어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비판적으로 생각하기 위한 생존 매뉴얼"이라며 "언어의 비판적 소비자가 되기를 바라는 러츠의 메시지는 오늘의 한국 사회에도 강력한 경고가 된다"고 전했다.

윌리엄 러츠 지음 | 유강은 옮김 | 교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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