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로부터 청탁 해결 명목으로 고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김건희씨가 지난 2022년 대선을 앞두고 극동방송 이사장이자 한국 기독교계 원로인 김장환 목사와 여러 차례 만나 성경공부를 하는 등 깊은 친분 관계를 유지해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순직해병 특검팀(이명현 특별검사)은 최근 김 목사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 로비 정황에 관여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9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김건희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대 대선을 3~4달 앞둔 시점부터 잦게는 주에 1회씩 김 목사의 사무실을 찾아 기도를 받고 성경공부를 하는 등 일종의 제자훈련을 받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대선을 앞둔 시점 김건희씨가 언론을 통해 몇 차례 김 목사와 만난 사실이 보도됐으나, 실제론 더 자주 모임이 있었고, 성경공부까지 이뤄졌다는 것이다. 한 교계 인사는 "일종의 제자 훈련이었으며, 김 목사 외 다른 목사들이 함께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12·3 내란 사태 전이었던 2024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이 2021년 검찰총장을 그만둔 뒤 먼저 연락이 와 연이 닿았으며 김건희씨와는 윤 전 대통령의 요청으로 따로 만남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이후 김건희씨와 김 목사는 대선 경선 등의 과정에서 함께 성경 공부를 할 정도로 가깝게 관계가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는 윤 전 대통령 내외가 선거 과정에서 무속 논란에 휩싸였던 때다.
김 목사는 윤 전 대통령이 당의 정식 대선 후보가 된 데 이어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도 윤 전 대통령 내외와 꾸준히 소통하며 여러 조언을 해주는 등 '멘토' 역할을 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또 김 목사는 윤 전 대통령 내외에게 교계뿐 아니라 각종 정계 인맥 등의 가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윤 전 대통령 부부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 온 김 목사는 현재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로비 의혹'을 수사하는 순직해병 특검의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특검은 김 목사를 포함해 기독교계 인사들이 채해병 수사 기록 이첩 과정에서 국방부와 임 전 사단장의 중간 통로 역할을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특검은 채해병 사건 발생 이후인 2023년 7월에서 9월 사이 김 목사가 윤 전 대통령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 전 사단장 등과 여러 차례 통화한 내역을 확보해 사건 관련성을 조사하고 있다. 이외에도 김 목사는 당시 대통령실 관계자와 많게는 10여 차례 통화는 물론 여권 '실세' 현역 의원들과도 수차례 통화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로비 창구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김 목사는 특검이 참고인 신분으로 8일에 출석하라고 통보했으나 거부했다. 특검은 김 목사에게 오는 11일 출석하라고 다시 통보한 상태다.
한편 극동방송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목사와 김씨의 관계와 관련해 "김씨가 정식 제자훈련을 받은 건 아니었고, 시간이 될 때 만나 기도를 해주고 김장환 목사가 성경을 읽어주는 정도 수준의 만남이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