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위기 혁신당의 '조국 비대위' 딜레마…"카드가 없다"

조국혁신당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미소짓고 있다. 윤창원 기자

성 비위 사건으로 창당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조국혁신당 내부에서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세우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의 실질적인 리더인 조 원장 외에 마땅한 리더십을 찾을 수 없다는 의견이 다수이지만, 이번 위기 자체에 책임이 큰 조 원장이 다시 권한을 갖는 게 맞느냐는 반론도 만만찮다.

"달리 사람이 없다"…이틀 연속 의총서 조국 비대위원장 찬성론 커져

8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혁신당은 전날 당 최고위원 전원 사퇴 이후 이틀째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 수습책을 논의했다.
 
의원총회에선 조 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자는 의견이 유력하게 떠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한 참석자는 "당무와 위기 관리 능력이 있고, 당 내부 사정까지 잘 알면서 본인이 동의해야 하는데 그렇다면 외부에선 인사를 찾기 어렵지 않겠느냐"며 "오늘(8일)까지 별다른 인사를 찾지 못한다면 조 원장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는 의견을 제가 냈고, 상당수 의원들이 여기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어제(7일)보다는 오늘(8일) 조국 비대위원장 추대론이 더 강하게 제기됐다"면서도 "외부 인사를 세우는 방안도 많이 거론됐기에 해당 사안에 대한 결론을 쉽게 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조국혁신당 서왕진, 신장식 등 의원들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형식적으로는 이름(曺國)이 아니라 보통명사(祖國)이긴 하지만, 당명에 '조국'이 들어갈 만큼 조 원장의 영향력은 혁신당 내에서 독보적이다. 당 내에서 그와 비견될 만한 리더십을 갖춘 인물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창당 이래 최대 위기를 수습할 인물도 그 외에 찾기 어렵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다만 이 경우 조 원장을 중심으로 하는 비대위가 올 11월 전당대회를 준비해야 하는데, 이 전당대회에 본인이 출마하게 된다는 문제가 생긴다. 찬성 의견을 낸 한 참석자는 이에 대해 "지난해 전당대회 때처럼 출마하지 않는 인사를 잠시 권한대행으로 임명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전당대회 때는 조국 당시 대표가 출마를 위해 사퇴하면서 김준형 의원을 대표 권한대행으로 지명한 바 있다.
 
백선희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 뒤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를 조속히 출범시켜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이번 주 안으로 당무위를 개최할 예정이며, 이는 곧 비대위를 출범하겠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 자체가 본인 책임", "리스크 집중" 반대론도

다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일단 성 비위 사건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해 강미정 대변인이 기자회견까지 열게 된 과정 자체가 조 원장에게 책임이 있다는 게 첫 번째 이유다.
 
조국혁신당 강미정 대변인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내 성비위 의혹과 관련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피해자들을 대리했던 당 여성위원회 강미숙 고문은 조 원장이 강 대변인과의 만남을 지역 일정 뒤로 미뤘다며, 이것이 탈당의 직접적인 이유 중 하나가 됐다고 주장했다.
 
의원총회에 참석했던 다른 의원은 "조 원장이 사건 자체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데다, 비대위원장이 당에 대한 피해자들의 신뢰를 회복시켜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피해자들이 반발하면 굉장히 위험해진다는 반대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의원총회엔 일부 의원들이 불참했는데, 이들 또한 비슷한 이유를 들어 '조국 비대위원장 반대론'을 주장했다고 복수의 혁신당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조 원장이 이 문제를 외면하는 것에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고 피해자들이 탈당한 것이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강미숙 고문도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비대위원장은 제3자가 더 낫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조 전 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게 되면 그의 의견이 가장 우선시될 것"이라며 "다양한 의견을 통해 끝장토론을 벌이려면 수평적인 구조(를 만들 수 있는), 제3자가 맡는 게 더 낫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정치적 파장에 대한 고려가 두 번째 이유다.

지난해 조 원장의 구속 수감보다도 더한 위기 속에서 그가 비대위를 이끌게 될 경우, 표면적으로는 '사건 접수 당시엔 당원조차도 아니었다'는 이유로 불개입을 정당화했던 상황이 180도 변하게 된다. 진상조사와 함께 위기를 수습해야 할 책임을 혼자서 짊어지게 되는 셈이다.

실제로 의원총회에서 나온 반대 의견들 가운데는 이러한 상황인식에 근거를 둔 내용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여론의 비판이 지금보다도 더 집중되는데다, 비대위가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조 대표의 리더십이 손상되면 그 다음에 쓸 수 있는 카드가 없게 되니 신중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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